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29·NC 다이노스·등록명 태너)는 흥미로운 선수다. KBO리그 첫 두 번의 등판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45㎞/h에 머물렀다. 구단이 계약 당시 발표한 최고 구속보다 2~3㎞/h가 덜 나왔다.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거나 팔 스윙이 짧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NC 포수 안중열은 태너에 대해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상하와 좌우로 잘 이용한다"고 말했다. 안중열은 태너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태너는 2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1개만 내줬다. 9이닝 환산 볼넷은 0.75개. 스트라이크존을 구석구석 찌르는 제구로 부족한 구속을 만회한 셈이다. 볼넷이 적으니 이닝당 투구 수도 14.7개로 준수하다. 투구 템포가 빨라서 수비 시간도 짧다. '계산이 되는 투구'로 불펜 운영에 힘을 보탠다.
NC가 테일러 와이드너(현 삼성 라이온즈)를 교체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에 약점이 있어 가을 야구에서 활용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와이드너의 슬라이드 스텝은 1.6초 이상이다. (빈틈이 보이면) 주자들이 다 뛴다"고 말했다. 와이드너는 NC 소속으로 등판한 11경기에서 10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잡아내지 못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PS)에선 약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 와이드너 대체 선수인 태너는 견제를 곧잘 한다. 왼손 투수의 이점을 백분 활용, 주자의 발을 묶는다.
NC는 태너의 투구가 더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핵심은 역시 '구속'이다. 임선남 단장이나 강인권 감독 모두 태너의 구속이 예상보다 덜 나오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대체 선수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한동안 실전 투구를 중단한 탓에 경기 감각이 떨어져서다. 태너는 지난 8일 입국한 뒤 9일 비자 발급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10일 한국에 다시 입국, 11일 메디컬 테스트 체크 후 팀에 합류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구속을 91마일(146.5㎞/h)까지 올리고 싶다. 미국에 있을 때도 88마일(141.6㎞/h)에서 91마일 정도를 오갔다. (계약 전후) 3주 정도 피칭이 없었다"고 말했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전 태너의 최고 구속은 144㎞/h였다. 두 번째 등판인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145㎞/h로 최고 구속이 소폭 상승했다. 태너의 세 번째 등판은 오는 26일 LG 트윈스전이 유력하다. 안중열은 "(구속이 올라오지 않으면) 커브나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쓰면서 타이밍 싸움에 집중하면서 경기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