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KBO리그 대표 투수로 인정받는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은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체력 저하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린 상황에서 어떻게 타자를 승부해야 하는지 깨우쳤다.
안우진은 이 경기(19일 롯데전)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호투, 키움의 5-2 승리를 이끌고 시즌 8승(7패) 째를 거뒀다. 키움은 27일 만에 2연승을 거뒀다.
안우진은 지난 8일 고척 롯데전 등판(5와 3분의 1이닝 1실점)을 소화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투구할 때 불편한 것 같았다.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열흘 동안 휴식을 취한 뒤 19일 같은 팀(롯데)을 상대로 나섰다. 투구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150㎞/h 중반까지 찍혔던 주 무기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떨어졌다. 평균 구속은 올 시즌 22번 등판 중 가장 낮은 150.1㎞/h였다. 앞선 21경기 평균 구속은 153.3㎞/h였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140㎞/h 대 ‘느린 직구’ 구사는 안우진의 의도였다.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우진은 “19일 롯데전은 1회부터 밸런스가 안 좋았다. 피로가 남아 있었던 것인지, (투구할 때) 머리가 먼저 앞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힘으로만 던지다 보면 제구가 흔들릴 것 같았다”라고 돌아보며 “150㎞/h 중반 직구를 가운데 던지는 것보다 140㎞/h 대 중반이라도 보더라인에 걸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투구 콘셉트에 변화를 준 건 아니지만, 힘이 부칠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게 낫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우진은 2회 초 선두 타자 박승욱에게 바깥쪽(좌타자) 높은 코스 144㎞/h, 2구는 가운데 낮은 코스 148㎞/h 직구를 구사해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아냈다. 3회 초 선두 타자 이정훈에게도 초구로 바깥쪽(좌타자 기준) 148㎞/h 직구를 뿌렸다. 이날 안우진인 상대한 24타자 중 9타자에게 초구 또는 2구째 140㎞/h 대 직구를 던졌다.
그냥 완급 조절만 한 건 아니다. 안우진은 “보통 타자들이 나를 상대로 초구에 스윙을 하진 않는다. 상대 타자가 칠 생각이 없으면, 그 기운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게 배트나 나올 확률이 적은 시점에 상대적으로 느린 직구를 구사했다. 스윙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쓰며 던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원래 슬라이더나 커브를 구사할 때 상대 타자의 반응이나 볼 카운트를 따라 구속 변화를 줬다. 하지만 직구를 던질 때 의도적으로 구속에 변화를 준 건 19일 롯데전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안우진은 “작년(2022년) 포스트시즌까지 220이닝 넘게 던졌다. 솔직히 올해 크게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하다”라면서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공 100개 모두 전력 투구를 할 순 없다. 힘을 안배하는 방법을 조금 안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