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객 페인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구매 과정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제거해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 경험 차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먹구름이 낀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숨은 기회를 발굴하고 잠재 고객에게는 대표 가전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캠페인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비스포크 러그' 캠페인을 진행한다.
대표 신혼 가전인 냉장고·세탁기·TV·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7개 품목 10종류의 러그를 만들었다.
실제 바닥 면적과 똑같은 크기로, 상세 규격(가로·세로)도 적혀 있어 줄자 없이 원하는 공간에 가전을 배치했을 때의 동선이나 구조를 미리 추측할 수 있다.
요가를 할 때 바닥에 깔거나 화장실 앞에 두고 샤워 후 발바닥의 물기를 닦을 수 있다.
'신혼 가전의 크기는 알아보는 게 아니라, 깔아보는 겁이다'라는 문구를 내세운 캠페인 소개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380만회를 넘어섰다.
고객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절전 가전도 공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된 제품 2대 중 1대는 절전 가전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모델 판매 비중도 3대 중 1대로 늘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엔지니어 CS(고객 만족) 역량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 자격을 갖춘 컨설턴트가 전국 서비스센터를 순회하며 고객 응대 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조사에서 고객 접점 부문 전자 제품 AS 품질 1위에 선정됐다.
'가전 명가' LG전자는 고객이 제품을 안심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뒷받침한다. 가전 관리 서비스 '베스트 케어'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세탁기 세척 서비스는 다음 달 말까지 10% 할인을 보장한다. 일반 세탁기는 11만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드럼 세탁기는 16만6000원에서 14만90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LG전자 가전 세척 대상 제품은 에어컨·세탁기·냉장고다. 빌트인을 제외하면 에어컨과 세탁기는 10만원대에, 냉장고는 6만원대에 청소할 수 있다.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편리한 기능을 '업(UP)가전'으로 누릴 수 있다. 부품을 교체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세탁기에 미세 플라스틱 배출 저감 코스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제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시력이 좋지 않은 고객을 위한 점자 스티커를 배포한 데 이어 최근 무선 청소기 보조 받침대 등 장애가 있는 고객들이 편리하게 가전을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유니버설 업 키드'를 공개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장기간 가전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자 고객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의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가전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수혜를 입었던 2020~2021년을 지나 2022년에는 10% 역성장했다.
평균 판매 가격이 100만원을 초과하고 제품 교체 주기가 긴 대형 가전 시장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주택 매매와 이사가 감소해 인테리어 시장과 함께 하락세에 진입했다.
신혜미 GfK 유통서비스팀 연구원은 "주방 가전처럼 고물가에 따른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는 카테고리들도 존재하고, 영향을 덜 받는 소득이 높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방법 등으로 브랜드들이 성과를 낼 기회는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