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MVP(최우수선수)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일 줄 알았다. 그런데 8월 무키 베츠(LA 다저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베츠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1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베츠와 2번 타자 프레디 프리먼(5타수 3안타 1득점)의 활약을 앞세운 다저스는 7-4로 승리, 보스턴과 3연전에서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이날 하루만의 활약이 아니다. 베츠는 8월 들어 타율 0.464 출루율 0.514 장타율 0.814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8월에만 2루타 10개, 홈런 8개를 쳐냈다. 매달 꾸준히 활약한 데다 8월 성적이 더해지면서 시즌 성적이 타율 0.315 35홈런 93타점 10도루 110득점 93타점에 달한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가 1.018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함께 MLB에서 유이하게 1을 넘기고 있다. 35홈런은 지난해 베츠가 기록한 개인 커리어 타이기록인데, 최근 페이스라면 올 시즌 45홈런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베츠가 타오르면서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 구도도 급변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아쿠냐가 0순위 후보로 꼽혀왔다. 아쿠냐 역시 올 시즌 타율 0.330 28홈런 59도루 115득점 74타점, 출루율 0.413 장타율 0.562 OPS 0.975로 활약하고 있었다. 리그 도루 선두를 달리면서 30홈런 이상을 바라보는 장타력, 3할3푼을 꾸준히 넘기는 콘택트를 두루 선보였다.
다만 최근 다소 주춤했다. 베츠와 달리 아쿠냐는 최근 15경기(타율 0.279)와 7경기(타율 0.276) 모두 성적이 좋지 못했다. 장타율도 최근 30경기(0.529)에서 15경기(0.426) 구간과 7경기(0.379) 구간까지 꾸준히 감소 중이다.
희비가 엇갈리면서 결국 종합 성적표에서 골든 크로스가 일어났다. 28일 경기 종료 시점 기준 베츠는 팬그래프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 7.3으로 야수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도 아쿠냐가 아닌 베츠의 팀 동료 프리먼(6.6)이다. 아쿠냐는 두 사람에 이어 내셔널리그 3위(전체 4위)인 6.2에 머물렀다.
베츠보다 49개나 많은 도루를 하고도 그만큼의 생산성을 뽑지 못했고, 수비에서 불안감을 나타내서다. 베츠가 수비 지표에서 팬 그래프 기준 +0.2를 기록한 반면 야쿠냐는 -9.2에 머물렀다. 빠른 발에도 우익수 수비가 꾸준히 불안했던 탓이다. 장기인 주루에서도 크게 달아나지 못했다. +5.1을 기록, +2.7인 베츠와 큰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타격에서 역시 wRC+(100을 리그 평균으로 두고 계산한 조정 득점 생산력) 부문에서 베츠가 173을 기록한 반면 아쿠냐는 162에 머물렀다. 베츠가 아쿠냐보다 리그 평균 대비 11%나 공격력에서 앞섰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 아쿠냐가 베츠의 WAR을 따라잡긴 힘들어도, 비슷한 WAR만 맞춰도 도루에서 압도하는 그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는 오는 1일부터 맞대결도 펼친다. 아쿠냐의 소속팀 애틀랜타는 84승 45패(승률 0.651)로 MLB 전체 1위, 내셔널리그 1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질주 중이고, 베츠의 소속팀 다저스는 80승 49패(승률 0.620)로 MLB 전체 3위, 내셔널리그 2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1일부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4연전을 소화한다. 이 시리즈에서 두 명 중 한 명이 봉쇄하거나, 반대로 활약한다면 그 결과 MVP의 향방은 물론 포스트시즌 대진표도 바뀔 수 있다. 말 그대로 'MVP 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