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성사될 것 같았던 포수 김태군(33)과 KIA 타이거즈의 장기 계약 협상이 더디게 흐르고 있다.
KIA와 김태군은 지난달 5일부터 동행했다. 주전 포수 자리가 비어있었던 KIA는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에 밀려 백업에 머무르고 있었던 김태군은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장기 계약 성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태군은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KIA도 이 점을 알고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IA는 같은 실책을 반복하는 걸 경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 선수(김태진) 신인 지명권(2023 2라운드) 현금(10억원)을 내주고 예비 FA 포수 박동원을 영입하고 장기 계약까지 노렸지만, 스토브리그가 열린 뒤 LG 트윈스에 내줬다.
전임 장정석 단장이 박동권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게 선수를 놓친 결정적 요인이었지만, 인사 관리도 조직의 역량이기에 구단의 행정력이 도마에 오른 게 사실이다.
트레이드가 성사 열흘 뒤, 김태군의 에이전트 박희진 브리온컴퍼니 팀장과 권윤민 KIA 운영팀장이 장기 계약을 위해 만났다. 그때는 김태군 측만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까지는 ‘속도전’으로 흘렀다. 하지만 KIA의 대답이 늦어졌고 한동안 협상 테이블도 차려지지 않았다. KIA는 기존 선수들과의 계약도 염두에 둬야 한다. 팀 주축 선수 김선빈·최형우도 2023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김태군과의 장기 계약이 사실상 스토브리그 첫 테이프를 끊는 일인 만큼 KIA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소강상태였던 협상은 지난 15일 다시 재개됐다. 심재학 단장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KIA도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몸값 차이가 컸다는 얘기다.
김태군 에이전트는 처음부터 총액에서 꽤 높은 비율을 옵션으로 책정해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보통 선수 측은 최대한 많은 보장금액을 원한다.
김태군은 2019시즌이 끝나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이적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적 신세가 길어졌다. 결국 가치가 크게 떨어진 뒤 원소속구단 NC 다이노스와 총액 13억원(기간 4년)에 계약한 바 있다.
김태군을 원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유망주 트레이드로 전향했다. NC엔 리그 넘버원 포수 양의지가 있었다. 시장과 팀 상황이 김태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갔고, 결국 통상적인 주전급 FA 포수 계약과 대비해 낮은 몸값을 받아야 했다.
그런 이유로 에이전트 측은 이번 KIA와 장기 계약에 총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선수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는 게 우선순위라는 얘기다. 오히려 선수 측이 옵션 비율을 높인 이유도 내부 예비 FA가 많은 KIA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7명이 40억원 이상 고액 계약을 했다. 김태군 입장에서 확실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KIA에 남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구단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태군이 내부 선수일 때 장기 계약을 하는 게 최선이다. 스토브리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포수 이동도 예단이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구단이 FA 계약 또는 트레이드 영입 대상으로 점찍은 선수가 같은 에이전시에 속해 있는 다른 선수와 이해 관계가 얽히면 협상은 복잡해진다. 당장 브리온컴퍼니에는 김태군뿐 아니라 다른 예비 FA 포수 김민식도 있다. 보통 정규시즌이 끝난 뒤 새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변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김종국 감독은 “경험 많은 포수와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편해진 것 같다”라며 김태군 가세 효과를 치켜세웠다. 김태군은 지난주 출전한 5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석에서도 높은 승리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가세 효과는 명확하다.
김태군도 내심 장기 계약이 빨리 이뤄지길 바랐다. 협상 과정에 늦어지는 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구단과 에이전트 모두 선수가 계약 문제로 경기력에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란다. 현재 심재학 KIA 단장은 스프링캠프 전훈지 답사로 해외에 있다. 그가 귀국하면 3차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