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인간 강기영과 비슷한 연기와 뉘앙스를 계속 해왔었어요. 변화를 적재적소에 주고 싶었는데, 마침 ‘경소문2’와 잘 맞아떨어졌어요. ‘경소문2’에서 강기영은 없었어요. 외모, 성격까지 모두 다르게 변화하려 노력했으니까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했던 정명석 변호사가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이하 ‘경소문2’)에서는 냉혈함의 끝판왕인 ‘악귀’로 변했다. 무려 1년 사이에 엄청난 변신을 꾀한 배우, 강기영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경소문2’에 출연한 강기영과 인터뷰를 가졌다. ‘경소문2’는 2021년 OCN 최고 시청률을 찍은 드라마로,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 타파 히어로물이다. 시즌2부터 작품에 처음 합류한 강기영은 중국 카운터들을 죽이며 강력한 염력을 소유하게 된 3단계 악귀 ‘필광’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시즌1 악귀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주셨고, OCN에서 최고 시청률을 찍은 작품인 만큼 부담이 됐죠. 또 같은 악귀팀이었던 김현욱, 김히어라씨도 비주얼이 너무 세서 ‘이들 사이에서 내가 절대악 연기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는 만족이 안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웠어요.”
필광은 뱀처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악성을 일깨우는 교활한 능력의 소유자로, 마지막 회에서 지옥에 떨어지는 최후를 맞는다. 필광은 악귀 중에서도 서열 1위에 서 있는 만큼 비주얼적으로 강렬했다. 한껏 뒤로 넘긴 머리, 비릿한 웃음, 서늘한 눈빛 등 전작의 강기영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이었다. 필광 역을 위해 체중까지 감량했다고 한 강기영은 “제대로 작정하고 벗어야 하는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생각한 것만큼 몸이 빨리 좋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니까 초반에는 몸 만들기에 자신이 있었어요. 4개월 정도 준비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근육은 잘 안 붙고 말라보이기만 하더라고요. 10kg 정도 뺐는데, 앙상해졌어요. 하지만 그 몸이 오히려 필광 캐릭터랑 더 잘 어울렸던 거 같아요.”
강기영은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우영우’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히어라도 ‘경소문2’에서 악귀 겔리 역으로 출연해 두 사람은 ‘넷플릭스가 낳은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함께 호흡을 맞췄다. 특히 김히어라와는 ‘우영우’에 특별출연까지 한 인연이 있다. 강기영은 “서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작품을 해보니 그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했던 것 같다”며 “‘열심히 하자’ ‘신을 잘 살려보자’는 공감대가 상당히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김히어라 씨는 ‘우영우’에서 탈북 엄마 계향심으로 출연했는데, 그때도 워낙 연기를 잘했어요. ‘경소문2’에서는 정말 독특한 악역을 선보였고요. 김히어라 씨가 ‘더 글로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우영우’가 많이 흐려진 지금 같이 묻어갈 수 있겠다 생각했죠.(웃음)”
시즌1의 엄청난 성공으로 ‘경소문2’는 올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언급됐지만 전 시즌만큼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6.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강기영은 “제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에 시청률에 대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며 ‘경소문2’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소문’ 자체를 마니아적으로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 것에 감사해요. ‘경소문2’ 팀은 너무 예쁘고 고마운 팀이에요. 액션이 많아서 고됐을 텐데 누구 하나 힘든 내색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신 밖에서도 서로 계속 장난치고 잘 놀아서, 육체적으로는 피로해도 정신적으로는 피로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