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가드 박지현(23)이 여자농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박지현은 지난 3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끝난 도요타 안텔롭스(일본)와의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 결승전에서 40분 풀타임 소화하며 15득점 8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다. 부상자가 많았던 우리은행은 컵대회에서 사실상 6인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결국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승전에서 65-72로 졌다.
그러나 박지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전지훈련, 진천선수촌 소집훈련을 거쳐 컵대회에 참가한 그는 교체 멤버가 없어 경기당 평균 39분 7초를 뛰었다. 체력적 한계에 놓였음에도 6경기 동안 평균 23득점 9.8리바운드 3.5어시스트 3.2스틸 야투성공률 47.3%를 올릴 만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가드인 데도 득점·리바운드·스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득점 부문에선 우승팀 도요타의 야마모토(17.2득점)에 크게 앞선 1위. 우리은행이 우승했다면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될 만한 활약이었다.
박지현을 꺾고 MVP를 수상한 야스마 시오리(도요타) 역시 결승전 매치업 상대인 박지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박지현은 사이즈가 뛰어난데, 리바운드·패스·돌파 모두 탁월했다”고 치켜세웠다.
평소 칭찬이 인색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역시 결승전을 마친 뒤 “이번 대회 최대 소득은 박지현의 성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위 감독은 “(박)지현이가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잘했는데, 그 활약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정말 ‘여자농구의 중심 선수’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이제 페이스를 조절할 줄도 안다. 지현이가 점점 어른스러워진다는 걸 지도자로서 많이 느낀다. 보람이 느껴진다”며 반겼다.
옆자리에서 위성우 감독의 칭찬을 들은 박지현은 “최고의 칭찬이라고 본다. 큰 동기부여가 된다. (위 감독님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으니 더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컵대회를 마친 박지현은 다시 진천으로 이동해 항저우 AG 대비 담금질에 나선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듯한 일정 때문에 힘들었을 거다.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쳐서 다행”이라면서 “선수들 모두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본다. 항저우 AG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