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달 24일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이달 6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9연승을 질주했다. 위기가 많았다. 먼저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가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분 손상 및 충돌 증후군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어깨 염증으로 쉬었던 이의리도 3일 복귀전(3이닝 4실점)을 힘겹게 치렀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마운드 공백을 타선이 메웠다. 이 기간 팀 타율 0.336(330타수 111안타) 12홈런 78득점, 출루율 0.397와 장타율 0.521을 기록했다. 타율·득점·출루율·장타율 1위를 기록했고 홈런(3위)과 안타(3위)도 최상위권이다.
김종국 감독은 "최근 우리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많이 갖고 있다. 투수들도 '내가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타자들이 역전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타자들 또한 '투수가 실점을 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기세가 워낙 좋으니 과거 타이거즈의 전성기와 비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표적인 비교 대상이 2017년이다. 당시 KIA는 팀 타율 0.302(역대 2위)와 906득점(역대 3위)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0.840(역대 9위)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까지 거뒀다.
1996년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에서 데뷔 후 원 클럽 맨으로 팀 역사를 지켜봐 온 김종국 감독의 눈에 올해 타선은 어떻게 보였을까. 김 감독에게 묻자 "타선은 그때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좋았다. 2017년에는 팀 타율이 3할이었지 않나"고 웃었다.
대신 KIA는 2017년보다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2017년 KIA는 최형우, 이범호(현 KIA 코치) 김주찬(현 두산 베어스 코치) 이명기(현 한화 이글스) 등 고참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올해는 테이블 세터 박찬호(108경기 27도루)와 김도영(48경기 15도루)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면 베테랑 나성범과 최형우가 이들을 불러들인다. 김종국 감독도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더해졌다. 당시와 (공격력에서) 비교는 안 되지만, 짜임새가 생기는 등 2017년 이후로는 가장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 사진=KIA 타이거즈
타선의 선봉장인 박찬호는 "사실 2017년과 크게 다를 건 없지 않을까 싶다"며 "기록만 보면 당시가 좋았지만, 2017은 타고투저였다. 조정 성적으로 본다면 올해도 충분히 비교할 만한 것 같다"고 자신했다.
KIA의 후반기 타격 성적은 타율 0.307와 OPS 0.832에 달한다. 2017년 리그 평균 OPS(0.791)와 올해 후반기 리그 평균 OPS(0.711) 차이가 크다. 박찬호의 말처럼 올해 KIA의 파괴력은 2017년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 평가할 만하다.
박찬호도 김종국 감독처럼 짜임새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타선에 불을 붙여준 한 명을 꼽기가 힘들다. 각자가 역할을 너무 잘해준다. 상위부터 하위까지 못 치는 타자가 없다"며 "각자 다 자기 역할을 해주기에 좋은 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