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가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돌아왔다. 배임·횡령 혐의로 복역했던 그는 지난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뒤 보름만에 회장으로 취임하며 그룹의 정상화를 선언했다. 올해 여든셋 백전노장인 이 회장 앞에 쌓인 숙제가 만만치 않다. 임대주택사업으로 사세를 키운 부영주택은 그 사이 적자 전환했고, 그룹은 새로운 먹거리가 없어 방향을 잃었다는 평가다.
백전노장의 숙제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을 갖고 경영 현장에 복귀했다. 오너가 3년만에 복귀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으나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소박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 직원들의 상징과 같은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서울 중구 본사 대강당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등장했다.
이 회장은 지주회사인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 역시 100% 자회사로 사실상 이 회장의 독주 체제다.
반면 승계 구도는 불투명하다. 83세 백전노장인 이 회장은 3남 1녀를 뒀으나, 아직 후계자를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과 이성욱 부영 전무,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 세 명의 아들도 그룹 전반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가 2021년 지주사와 계열사 사내이사를 맡으면서 주목받고 있으나 역시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
현재 이 회장의 복귀는 비교적 순항하는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이 회장의 기부 릴레이로 인한 효과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같은 고향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수천만 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현찰을 수차례 나눠줘 화제가 됐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에도 순천에 고향 사랑 기부금을 내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중은 배임·횡령 혐의의 이 회장이 보다는 통 크게 돈을 나눠주는 이 회장을 더 기억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부영그룹 차원에서 국내외에 기부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고향 사람들 및 동창 등에게 기부한 금액 역시 265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이 현금을 나눠주면서 남긴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은 의술로도 치유할 수 없는데, 금융서비스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이른바 '신금융치유론'으로 불렸다.
부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이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3062억원이다. 2019~2021년 3년 동안 받은 배당금(122억원)의 26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현금 기부를 하는 모습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며 "일부에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고배당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고 했다.
부영그룹 측은 "그룹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중근 회장의 경영복귀로 그동안 미진했던 사업들이 새로운 활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1941년생, 전라남도 순천 출신
▲1983년 부영주택흥산 설립
▲1994년 부영 대표이사 회장
▲2000년 한국주택협회 회장
▲2020년 횡령·배임 혐의 구속
▲2023년 8월 특별사면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