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유통 트렌드를 내다보고 품에 안은 중고나라가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인수 후 전열을 가다듬느라 한동안 잠잠했는데, 최근 오프라인 채널을 확장하며 경쟁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정조준했다. 사회적 불안감 확산에 대면 거래가 위축되면서 이런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는 최근 이용자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에 팔을 걷어붙였다. 편의점 택배로 접근성을 높이고 할인 혜택을 제공해 이전과 다른 중고거래 경험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월간 이벤트 '중요일'이 대표적이다. 이달 론칭한 중요일은 한 달에 한 번 3일 동안 상품권 혜택부터 990원 핫딜까지 보장한다.
지난 6~8일 중요일 기간에는 중고거래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 1만원을 지급했다. 추첨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리플레이'를 100원에 판매하고, 캠핑 용품과 캐리어를 선착순으로 990원에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올 들어 묻지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용자들의 안전한 중고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는 편의점을 파트너로 지목했다.
같은 롯데 계열인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에 이어 올해 7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1위 편의점 CU와 온·오프라인 플랫폼 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용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배송 부담을 확 덜었다. CU의 경우 10월까지 두 달간 'CU알뜰택배'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 추석 연휴로 택배를 수거하지 않는 기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최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안전한 비대면 직거래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CU와 달리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픽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까운 편의점에 물건을 맡기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올해 초 선보인 편의점 픽업은 상반기 중고나라 앱 직거래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판매자의 10명 중 7명은 30대 여성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롯데쇼핑이 300억원가량을 쏟아 지분을 사들인 중고나라가 올해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동빈 회장은 비대면 C2C(개인 간 거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를 오래전부터 벤치마킹 사례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경기 악화에 따른 합리적 소비 추세가 중고거래에 날개를 달아줬지만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94억5407만원으로 전년 대비 8~9배나 불었지만 매출은 17%가량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당근마켓도 적자 규모가 564억9244만원으로 약 60% 커졌지만, 이를 웃도는 수준의 매출 증가(약 94%)를 이뤄내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기반이라는 특성을 살려 고도화한 타깃 마케팅을 돕는 광고와 구인·구직 서비스 등 비즈니스 다각화를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와 앱으로 분산된 이용자 통합과 안전결제 수수료 의존도 탈피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혜택과 긍정적인 서비스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국내 최초·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