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에서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1승을 가져온 건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었다. 117구를 던지며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패를 당한 건 최고참 장원준이다. 1차전 선발 투수였던 그는 5이닝 3실점으로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에게 5이닝은 기본 요건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장원준의 5이닝은 허투루 볼 수 없다. 9일 경기는 73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전반기 대체 선발로 짧게 활약했던 그가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준 것이다. 두산은 1차전을 비록 패했으나, 장원준-박신지-최지강으로 한 경기를 모두 막아 필승조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10일 삼성전에 앞서 "피홈런(2회 오재일) 말고는 (장원준이) 좋았다. 다음 등판을 언제로 할지 고민 중"이라며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승리만큼 중요한 결과였다. 두산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우천순연 된 경기(5일)를 제외하고도 총 8경기를 소화했다. 월요일 경기와 토요일 더블헤더가 한 주에 몰려 부담이 컸다. 이승엽 감독은 "올해 가장 중요한 한 주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이 조금 힘들겠지만 이번 주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4~5선발이 모두 무너진 두산으로서는 마운드 부담이 컸다. 지난 주부터 대체 선발을 대거 기용한다고 예고했지만, 그중 최근 페이스가 좋았던 건 왼손 투수 최승용뿐이었다. 그 역시 부상 복귀전이어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베일을 벗겨보니 기대 이상이다. 연전 막바지에 이른 시점 한 주 동안 선발진은 큰 무리 없이 돌아갔다. 라울 알칸타라(2경기 13이닝 4자책)와 브랜든의 긴 이닝 소화 영향이 컸다. 그러나 원투 펀치가 잘해도 선발 투수가 '초전 박살'난 경기가 나오면 불펜 투수 부담이 몇 배로 증가한다.
그 우려를 장원준과 함께 최원준과 최승용이 씻어냈다. 최원준은 절정의 타격감으로 9연승을 달리던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투구 수가 단 59구였으니 손가락 물집 부상만 아니면 더 던질 수도 있었다. 최승용도 8일 삼성전에서 5이닝 74구로 2점만 내줬다.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으나, 팀이 9회 말 역전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9일 장원준의 호투가 더해져 두산은 가장 중요했던 한 주를 탈 없이 소화했다. 3명이 쌓아 올린 15이닝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