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168명(597경기·11일 기준)이다. 8138명을 기록한,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5%가 오른 수치다. KBO리그의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명을 넘은 건 2019년(1만119명) 이후 4년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2020년부터 2년 동안 KBO리그는 관중이 제한되거나 육성 응원이 금지됐다. 지난해 굳게 닫힌 여러 빗장이 풀렸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은 8439명에 그친 바 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았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졸전 끝에 1라운드 탈락하면서 개막을 앞둔 KBO리그 흥행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우물 안 개구리" "민낯이 드러났다"는 등 날선 비판이 이어지면서 야구 인기가 시들해지는 거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레이스가 시작되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구름 관중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전년 대비 경기당 평균 관중이 늘었다. 지난해 2팀(SSG 랜더스·LG 트윈스)밖에 없던 경기당 1만 관중 동원 구단이 올해 6개까지 늘었다. NC 다이노스(4639명→7645명)와 한화 이글스(4909명→7815명)는 전년 대비 60% 이상 관중이 늘기도 했다. 현재 추세라면 2019년 이후 첫 700만 관중 돌파는 물론이고 2018년 이후 첫 800만 관중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2018년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1214명이었다.
A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에는 1위와 최하위의 승률 차이(11일 기준 2할)가 크지 않다. 이 정도면 맞대결했을 때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꼴찌가 1위를 이길 수 있는 구도가 되니까 팬들도 재밌어 한다"며 "여기에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가 관중을 동원했고 이어 LG 트윈스가 치고 올라왔다. 최근에는 KIA 타이거즈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흥행에 탄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른바 전국구 인기 구단 LG·롯데·KIA가 각종 경쟁을 벌이면서 관중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향하게 한 셈이다. 현재 LG는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 중이고 롯데와 KIA는 치열하게 5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세 구단 모두 경기당 평균 관중 1명을 넘기면서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B 구단 관계자도 "선두 경쟁과 5강 경쟁이 맞물리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한 것도 관중 동원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 회복과 취미 여가 활동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C 구단 관계자는 "젊은 팬들의 유입이 많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분위기"라며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오히려 야구장에 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거 같다"는 분석도 내놨다.
KBO리그는 지난 9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총 12만8598명이 입장해 일일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다인 2016년 5월 5일 11만4085명을 1만명 이상 뛰어넘은 것. 구단마다 흥행 청신호를 켰지만 경계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코로나가 끝나면서 한 번 (관중 동원이) 폭발할 수 있다고 봤다. 과연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