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타선 리드오프 정수빈(33)은 ‘가을 사나이’로 통한다. 포스트시즌(PS)이 임박하면 유독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는 9월 이후 출전한 통산 367경기에서 통산 타율(0.279·12일 기준)보다 훨씬 높은 0.331(1186타수 392안타)를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5년 한국시리즈(KS)에선 타율 0.571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정수빈이 올해도 가을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1사구·3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1회 말 상대 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깔끔한 우전 안타를 친 뒤 3번 타자 양석환의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4번 양의지의 좌전 안타가 나왔을 때 홈을 밟았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선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수행했다.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상대 투수 정우람의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우중간 3루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연 뒤 후속 타자 김재호의 타석에서 나온 투수 김규연의 폭투로 홈을 밟았다. 8회도 안타 1개를 추가했다.
정수빈은 “지난주까지 생각보다 날씨가 더워서 내 몸이 아직 가을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더니 “9월, 가을에는 좋은 기억이 많다. 12일 한화전을 계기로 컨디션을 되찾았으니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 정규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가을 모드를 유지해 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은 12일 기준으로 60승 1무 57패를 기록했다. 1경기 덜 치른 5위 SSG 랜더스에 2경기 차 밀려 있다. 13일부터 SSG·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 등 현재 리그 3~5위 팀들과 연전을 치른다. 포스트시즌(PS) 진출 분수령이다.
정수빈은 “(야수진 최고참) 김재호 선배를 보면서 ‘역시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은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선수가 많다. 남은 정규시즌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12일 일정까지 64승(2무 52패)을 거둔 NC는 PS 진출 안정권에 있다. 두산까지 가을야구 무대에 나서면 흥미로운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생긴다. 2021년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1990년생 동갑내기 트리오’ 박건우(NC) 허경민·정수빈(이상 두산)이 적으로 맞붙는 것. 박건우는 올 시즌 타율 0.316을 기록하며 NC 주축 타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수빈은 “(박)건우는 두산에서 PS 무대에 많이 나섰고, 경험도 많은 선수다. 상대 팀으로 맞붙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정수빈은 “그래도 가을로 범위를 한정하면 내가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정수빈은 올해 3개월(6~8월) 연속 3할 타율을 넘기며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가을에 이보다 더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다면 두산의 순위 경쟁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