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다큐멘터리 ‘청춘의국’이 지난 13일 첫 방송됐다. 제목대로 젊은 의사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밀착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등을 연출한 최태환 PD와 ‘생방송 세븐데이즈’ ‘궁금한 이야기Y’를 연출한 임찬묵 PD가 의기투합했다.
‘청춘의국’ 1편의 주인공은 아주대학교 병원 심장 혈관 흉부외과와 비뇨의학과의 레지던트들이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4년 내내 막내 생활 중이라는 심장 혈관 흉부외과 4년차 현승지 레지던트는 출근하자마자 세 건의 수술방에 출동하느라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비뇨의학과 2년차 김태환 레지던트의 하루도 비슷하다. 모든 병동의 업무를 혼자 감당하다 보니 라면 하나 여유 있게 먹을 틈이 없다.
메디컬 드라마와 ‘청춘의국’의 다른 점이 있다면, 각본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등 의사들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드라마도 있지만, 드라마 특성상 중간중간 로맨스도 있고 시청자가 한숨을 돌릴 만한 구간이 있는데 ‘청춘의국’은 쉴 틈이 없다.
아쉬운 건 ‘청춘의국’의 방영 시간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이 되는데, 다음 날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이라면 상사한테 혼나고 이리저리 치이는 막내의 모습보다는 편안한 로맨스 드라마나 예능을 더 선호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쯤 방송인 장성규와 모델 이현이 그리고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재웅이 중간중간 ‘예능’의 요소를 넣어준다.
계속해서 걸려 오는 전화 때문에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의사들을 보고 이현이가 “너무 안타깝다. 부모님이 보시면 가슴 아프실 것 같다”고 공감하는 반면, 장성규는 “좋게 생각하면 밥 먹을 때 지루할 틈이 없는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똑같은 VCR영상을 보지만, 이현이와 장성규의 극과 극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여기에 양재웅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부연설명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수술실에서 레지던트에게 언성을 높이는 교수님이 나오자, 이현이와 장성규는 “저래도 되는 거냐”며 놀란다. 그러자 양재웅은 “수술실에서 보통의 교수님이 다 저러신다”고 담담하게 설명해 준다. 또 양재웅은 드라마와 현실의 다른 점도 꼬집어 주면서 “드라마에서는 무드등에 어두운 조명이지만, 실은 병원의 시설이 정말 열악한 경우에 그러하고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 의사들의 24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많았다. KBS2의 대표 장수프로그램이었던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 3일 : 다시 심장이 뛴다’와 SNS 등에서 ‘공습경보’ 밈(인터넷 유행어)으로 유명한 MBC ‘공간 다큐멘터리 그곳’ 그리고 병원계 최초 OTT로 공개된 ‘휴먼 크로니클’ 등이 있다. ‘청춘의국’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완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큐와 예능의 요소가 결합된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또 경력이 많은 의사들을 조명하는 게 아닌, 그들을 어시스트 하는 젊은 레지던트에게 주목하기 때문에 MZ세대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청춘의국’ 첫 방송 시청률은 전국 기준 1.6%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늦은 시간에 방송한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젊은 레지던트들의 생존기는 사회 초년생들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2회에서는 정형외과 1년차 레지던트의 생존기가 그려질 예정이다. 4부작의 파일럿 방송이다. ‘청춘의국’이 과연 정규편성까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