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을 채우지 못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홈팬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 4와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2회부터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뒀지만, 적시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로저스 센터를 달궜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1-0로 앞선 5회 초 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구원 투수에게 넘겼다. 아웃카운트 1개를 채우지 못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전에서 시즌 3승을 거둔 뒤 4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하지만 5경기 만에 ‘무실점 투구’를 해내며 다시 한번 선발 투수 임무를 다했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2.93에서 2.62로 낮췄다.
1회 초를 삼자범퇴로 막은 류현진은 2회 보스턴 간판타자 라파엘 데버스에게 내야 안타, 후속 아담 듀발에게 좌전 2루타를 맞고 2·3루 위기에 놓였다. 파블로 레예스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은 홈 송구로 3루 주자 데버스를 잡아냈다. 류현진은 이어 ‘오른손 거포’ 트레버 스토리와 바비 달벡을 각각 중견수 직선타와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3회도 무사 1루에서 세단니 라파엘라에게 2루타를 맞은 류현진은 2·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체인지업이 빛났다. 후속 타자 롭 레프스나이더와 저스틴 터너와의 승부에서 모두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데버스와의 두 번째 승부에서도 볼넷 출루를 허용했지만, 듀발을 뜬공 처리하며 다시 위기를 넘겼다.
3루수 맷 채프먼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놓인 4회 초 1사 1·2루 위기에서도 143㎞/h 포심 패스트볼(직구)로 타자 리스 맥과이어의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은 5회 초 2사 1루에서 데버스와 세 번째 승부를 펼쳤지만, 풀카운트에서 던진 직구가 몸쪽으로 바짝 붙으며 볼넷을 허용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 수가 83개에 이르자, 투수를 이미 가르시아로 교체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애틀 매리너스와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두고 경쟁 중인 토론토는 승리가 절실했다. 분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을 향해 홈팬의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가르시아는 듀발을 삼진 처리하며 류현진의 실점을 막았다. 토론토는 2-1로 앞선 9회 초 데버스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채프먼이 끝내기 안타를 치며 3-2로 승리했다. 보스턴 3연전을 모두 잡은 토론토는 시즌 83승(67패)째를 기록하며 이날 클리블랜드에 패한 텍사스를 제치고 AL 와일드카드 2위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통산 득점권 피안타율(17일 기준)은 0.253다. 올 시즌은 앞선 8경기에서 0.200을 마크하며 위기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18일) 보스턴전에서도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상대한 7번 승부에서 모두 범타 처리하며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을 0.162까지 낮췄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보스턴 타선은 류현진을 상대로 많이 출루했지만, 중요한 상황에선 안타를 치지 못하며 1득점도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MLB닷컴 토론토 담당 기자 키건 매티슨은 “류현진이 오늘도 견고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의 존재 가치는 매우 크다”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회 초) 비셋이 홈 송구로 3루 주자를 잡아내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라며 동료의 수비 도움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