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6월 이후 무려 3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행보가 클린스만 감독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만한 첫걸음이 될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귀국 자체가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었던 만큼, K리그 현장을 찾은 배경에 대한 진정성 역시 의구심이 남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전북-강원),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울-광주)을 찾아 연이틀 K리그 경기들을 관전했다. 지난 6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관전 이후 무려 세 달 만에 찾은 K리그 현장이다.
물론 대표팀 감독이 K리그 현장을 찾는 건 늘 화제가 됐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 코치진이 K리그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면 늘 그 자체로도 이슈였다. 다만 전임 감독들의 K리그 현장 방문이 화제가 됐던 건 철저히 '어떤 선수를 보러 왔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클린스만 감독처럼 대표팀 사령탑이 K리그 현장을 찾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가 된 감독은 없었다. 씁쓸한 현실이다.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이른바 재택·외유 논란에 휩싸였고, 이 과정에서 K리그를 뒷전으로 둔 탓이다.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상주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정작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자택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보냈다. 반년 간 국내에 머무른 시간은 70일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K리그 역시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쉼 없이 달려왔지만, 대표팀 감독이 무려 3개월 만에 현장을 찾았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K리그 현장은 차두리 코치(전 기술고문)와 마이클 김 전 코치 등이 다녔다. 이 사이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자택에서 유럽축구 이적시장이나 선수 등에 대한 평에 여념이 없었다. 재택·외유 논란이 태만 논란으로까지 번졌던 이유였다.
그렇다고 이번 K리그 현장 관전이 클린스만 감독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귀국 과정부터 돌아보면, 이번 K리그 관전 역시 '보여주기식' 행보일 뿐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은 9월 귀국 계획 자체가 없었다. 자신을 향한 거센 비판 여론 속에서도 그는 유럽 원정 A매치 평가전을 마친 뒤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머무르며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 경기 등을 관전할 예정이었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의 9월 계획엔 '이번에도' K리그 관전은 없었던 셈이다.
돌연 한국행을 결정한 건 그저 대한축구협회(KFA)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 당시 “여러분이 오라고 해서 왔다”며 웃은 뒤 “KFA 측에서 대표팀이 해외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많은 취재진이 기다린다고 말해줬고, 선수들과 함께 귀국해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귀국조차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KFA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니, 주말 K리그 현장을 찾은 행보 역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단 하나, 앞으로도 꾸준하게 K리그 현장을 찾으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계속 (해외에) 왔다 갔다 할 일정이 있고, 유럽에서 관찰해야 할 경기들이 있다”고 했다. 조만간 '또' 출국길에 오를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한국에 머무는 것과 K리그를 직접 보는 걸 경시하는 듯한 태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도 자신의 행동을 바꾸겠다는 약속은 단 한마디도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3개월 만에 겨우 K리그 2경기 관전으로 여론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헛된 바람'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팬심이 싸늘할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