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레전드 중 하나인 김병지(53) 강원FC 대표는 강원 대표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친다.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언사가 매력인 그가 한국축구의 현재를 냉정히 짚었다.
김병지 대표는 지난 18일 경기 구리시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축구대표팀에 관한 이슈 등에 관해 속 시원히 이야기했다.
19일 쿠웨이트와 1차전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전망을 내놨다. 친분이 깊은 황선홍 감독이 수장으로 나가지만, 잠시 연을 내려놓고 냉철한 분석을 내놨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쿠웨이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차전을 하루 앞두고 만난 김병지 대표는 “(아시안게임은) 늘 4강부터 어렵다. 우승 확률은 35~40%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10%를 더 줬다. 4강에 오르는 팀은 누가 우승해도 될만한 팀들일 것”이라며 “일본, 호주와 중동 국가에 동남아도 요즘 (전력이) 만만찮다. 우승 확률은 (시대가 흐를수록) 점점 떨어질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앞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했듯 집중력만큼은 (이번 대표팀이) 준비가 가장 잘 됐을 거라는 것에 의심이 없다”고 지지했다.
다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수장인 황선홍 감독은 대회 전부터 비판받고 있다. 저조한 경기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병지 대표는 “이기냐 지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이 보이냐가 중요하다. 황선홍 감독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보여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았기에 팬들이 염려한 것 같다. 그만큼 팬들이 한 경기를 두고 냉철하게 평가하는 것”이라면서도 “(아시안게임·올림픽 대표팀 지휘 병행) 어려움이 너무너무 많다. 연령에 맞는 훈련 방법이나 4~50명의 선수를 관리하면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말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금메달을 목표로 출항하는 황선홍호의 키플레이어는 단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다. PSG와 아시안게임 출전 협의를 마친 이강인은 오는 21일 저녁 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24일 열리는 바레인과 조별리그 3차전부터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를 둘러싼 우려가 있다. 최근 대퇴사두근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 감각 하락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들과 손발을 맞춘 게 적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지 대표는 “(황선홍호가) 빌드업 축구를 하니 상대가 압박하지 않으면 중원 지역까지는 편하게 간다. 이강인이 탈압박하고 하나의 좋은 패스를 넣는 등 크로스나 원투패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만 잘하면 축구가 확 살 것”이라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이강인도 그만큼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집중력이나 멘털에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단지 전술적 어려움 등이 있는데, 이강인만큼 영리한 선수라면 당연히 짧은 시간 안에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역사상 최초로 ‘3연패’를 노린다. 김병지 대표는 “아시안게임은 늘 변수가 있다. 8강부터 진검승부다. 4강부터는 경기 내용이 5대5일 것이다. 운도 따라야 한다”면서 “그래도 K리그에서 경기를 많이 뛴 선수들이 (황선홍호에) 포진하고 있다. 경험치가 있는 선수들이 뽑혀서 경기 지배력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