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박병호는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지난달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타격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을 입어 아직 회복 중에 있다. 1루 수비도 어려운 상황. 이후 박병호는 약 한 달 이상 대타와 지명타자로 나서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최근 4경기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한동안 대타로만 출전하던 강백호가 선발로 출전하면서부터 박병호가 수비에 복귀했다. 종아리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진 것도 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앞두고 타격감을 끌어 올려야 하는 강백호를 위해 지명타자 자리를 양보한 것도 있었다.
강백호-박병호. KT 제공
그렇게 동반으로 선발 출격한 두 선수는 네 경기 만에 화끈한 케미를 발산했다. 19일 수원 삼성전에서 1회 백투백 홈런을 터트린 것. 3번·지명타자로 나선 강백호가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나온 박병호가 상대 선발 황동재의 초구를 공략해 연속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 홈런으로 가져온 리드는 경기 끝까지 이어졌고, KT는 7-1 승리를 거뒀다.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후 “강백호와 박병호의 백투백 홈런으로 분위기를 잡았다”라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칭찬했다.
박병호가 지명타자 자리를 양보한 덕에 강백호도 펄펄 날기 시작했다. 선발 출전한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381(21타수 8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19일 경기에선 홈런 포함 3안타 4출루(1볼넷)로 펄펄 날았다. 23일 AG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경기력을 제대로 끌어 올리고 있는 중. 박병호의 남모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마치고 만난 박병호는 “종아리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이젠 달리기도 잘하고 있고 몸 상태도 괜찮다”라면서 “나도 경기에 나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팀을 생각하면 (강)백호가 대타가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해야 했기에 (수비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경기에 나왔다”라고 전했다.
박병호. KT 위즈 제공박병호. KT 위즈 제공
KT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를 시작으로 공포의 9연전을 소화하고 있다. 24일(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쉴 틈이 없다. 더욱이 17일 경기에선 3시간 24분이라는 사상 초유의 우천 중단으로 12시간 이상 원정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했다.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에 부칠 터. 박병호는 “젊은 후배 선수들은 이런 경험이 적어 힘들 수 있다. 이럴수록 고참들이 팀 분위기를 위해 솔선수범해서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면서 남은 5연전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