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을 맞아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아트 디렉터로 만나게 돼 굉장히 떨리네요.”
배우 김희선이 아트 콘텐츠 디렉터로 변신했다. 지난 1993년 데뷔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배우가 아닌 아트 디렉터로 관람객을 만난다. 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 ‘현대 미술 거장 6인 –ATO ; 아름다운 선물 전(展)’의 프리오픈에서 가이드로 나선 김희선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드러내며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거다. 전세계 훌륭한 작가 선생님들이 내게 든든한 ‘빽’이었고 선생님들의 노고에 나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박서보, 이우환, 박석원, 김강용, 강형구, 이이남 작가가 참여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 색이 갖는 에너지와 파장 그리고 자연이 주는 치유의 선물을 각 작가의 작품에 대한 콘셉트에 맞게 구성했으며, 130 여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희선은 작가 섭외, 공간 선정 및 구성, 화보 촬영 등 이 전시의 모든 과정을 디렉팅했다.
작품에 대한 가이드를 진행하기 전, 김희선은 작가들과 함께 인사말을 전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행복한 기억들이 가득하다. 작가님들과 수다를 나누듯 작품과 삶에 대해 얘기한 시간들이 무척 재밌었다. 50년 이상 한길만 걸어온 선생님들 덕분에 무척 많이 배웠다”며 “전시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작품들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져갔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이날 현장엔 30여명의 관람객이 참석해 10여 평 남짓의 미디어룸을 채웠는데 김희선은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감정이 북받친다”고 떨림을 전했다.
김희선은 지난 2017년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출연을 통해 미술 전시 그리고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국내 미술 작가 그리고 갤러리 등의 작품을 감상하며 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차곡차곡 쌓은 열정과 해박한 지식은 이번 전시 디렉팅으로 이어졌다. 전시를 준비하는 2년여간 빠듯한 스케줄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이우환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고, 이이남 작가를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부산으로 달려갔다.
이번 전시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만남’이라는 지점에서 출발하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한 정나연 디렉터는 “김희선 배우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는지 느꼈다”며 “우리의 전시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작가들과 교감하더라”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현장엔 김강용, 강형구 작가가 함께 했는데 모두 이번 전시를 “파격”이라고 표현하며 “김희선 덕분에 새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김강용 작가는 “김희선을 처음 만났을 때 해박한 미술 지식에 놀랐다”고 떠올리며 “예상도 못한 전시를 할 거라 짐작은 했지만 정말 그랬다”고 말했다. 이를 경청하던 김희선은 소리내 웃으며 특유의 털털함을 드러냈다.
강형구 작가는 “그동안 많은 얼굴을 그렸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동양 미인을 그렸다. 동양 미인들에게 미안하다”며 붉은색을 배경으로 김희선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그린 그림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전시의 주인공은 언제나 관람객이고, 김희선 배우와 함께 대중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김희선은 일간스포츠를 만나 “정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전시였다. 오랫동안 배우로서의 길만 걸어왔는데 작가 선생님들을 만났고,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며 “생각만 하고 바라기만 했던 걸 모두 실현해 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또 데뷔 3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사랑해주고 지켜봐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2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되며, 서울 전시를 시작으로 오는 2024년 4월 프랑스 등에서도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