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A 씨(39)는 3년 전 구매한 쿠쿠 전기밥솥 내솥을 설거지하다 표면에 거슬리는 것을 발견했다. 눌은밥 정도로 생각하고 손톱으로 조금씩 긁어냈는데 알고 보니 코팅이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내솥은 3~4년 주기로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고, 가격은 전기밥솥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20일 쿠쿠의 6인용 IH전기압력밥솥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2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IH는 내솥 밑판과 옆면을 전체적으로 가열하는 방식을 뜻한다.
내솥을 바꾸려면 6만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공식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인사업자로부터 구매하면 8만원대로 가격이 오른다.
A 씨가 집 근처 쿠쿠 매장을 찾아 내솥의 코팅만 다시 입힐 수 없는지 물었더니 직원은 "과거에는 화학물질을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코팅하는 방식"이라며 "코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내솥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솥 코팅의 기본 성분은 불화탄소수지다. 코팅이 벗겨진 상태로 지속해서 사용하면 위생상 좋지 않고 보온 중 냄새와 취사 시 밥 눌음 등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무쇠 내솥은 물이나 요리 재료에 포함된 성분 때문에 녹이 슬 수도 있다.
이처럼 내솥이 소모품인 것을 모르는 소비자는 의외로 많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30대 유부남 B 씨는 "프라이팬처럼 벗겨지면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울 사는 30대 유부남 C 씨는 "몰랐던 사실"이라며 "그게 벗겨지는 거였나"고 했다.
한국에서 쓰던 전기밥솥을 변압기에 연결해 사용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30대 유부남 D 씨도 "반영구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솥 교체 비용이 부담스러워 코팅을 하지 않은 올스테인리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는데, 밥이 너무 잘 눌어붙어 설거지가 힘들어 반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업계는 코팅 내솥과 호환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내솥을 오래 쓰기 위한 조건을 까다롭다.
가장 흔한 실수는 내솥에 쌀을 넣어 씻는 것이다. 딱딱한 쌀이 내솥 표면을 긁기 때문에 코팅이 금방 상한다. 별도 용기에 넣어 쌀을 씻은 뒤 내솥에 넣어야 한다. 내솥 안에 금속 수저나 국자 등을 넣고 설거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밥도 먹을 만큼만 하는 것이 좋다. 애매하게 남아 보온 기능을 오래 켜두면 내솥 수명이 짧아진다. 남은 밥은 별도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한 뒤 전자레인지로 데운다. 보온 기능을 껐다가 먹을 때 재가열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가열에는 10분가량이 소요된다.
요즘 전기밥솥이 대부분 지원하는 자동 세척 기능을 활용하면 더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내솥에 물을 백미 물눈금 2까지 붓고 잠근 뒤 자동 세척 기능을 선택하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된다.
최근 외식 물가 상승으로 전기밥솥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직접 해먹는 편이 낫겠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한창 물가가 올랐던 지난 2월 전자랜드의 전기밥솥 판매량은 약 28% 증가했다. 2014년 이후 업계 추산 6000억원에 머물렀던 전기밥솥 시장은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늘고 집에서 밥을 먹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여기서 쿠쿠는 7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2위는 쿠첸이다.
이렇듯 세탁기, 냉장고 등과 함께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한 전기밥솥의 내솥이 별다른 할인 프로모션 없이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쿠쿠 매장 직원은 "기존 내솥은 매장을 방문하면 대신 처분할 수는 있지만 따로 교체와 관련한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