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에서 9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손흥민이 구단과 장기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계약 연장 이후 2년 만에 또 재계약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지에선 이르면 몇 주 안에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연장이 이뤄지면 사실상 향후 새로운 팀으로 이적 대신 토트넘에서 커리어에 마침표까지 찍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90min은 21일(한국시간) “토트넘이 주장 손흥민과 새로운 장기 재계약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2025년 6월까지 아직 18개월 이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토트넘은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며 “크리스마스까지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몇 주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 여부를 논의하기 전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손흥민의 관계를 먼저 확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후 손흥민을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에 토트넘 구단도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아직 계약 마지막 시즌에 접어든 게 아니라 여유는 있지만, 협상이 올해 안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소 구단에 대한 손흥민의 깊은 애정을 돌아보면 계약 연장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몇 주 안에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현지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했다. 특히 빅클럽 이적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팀 성적은 부진했던 지난 2021년 4년 계약을 연장한 건 토트넘에 대한 손흥민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토트넘에서 워낙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월드클래스’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팀이다 보니 애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첫 시즌이던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4골로 부진했던 걸 제외하곤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EPL 최정상급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21~22시즌엔 23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골든부트(득점왕)까지 품었다. 아직 우승 타이틀과 인연이 닿진 않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도 밟는 등 꾸준히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이번 시즌엔 팀의 주장으로까지 선임되며 이른바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주장 위고 요리스의 하락세, 그리고 부주장 케인의 이적과 맞물려 주장단 변화가 불가피했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건넸다. 토트넘에서만 9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데다 리더십도 갖추고 있으니 주장으로서의 자격도 충분했다. 구단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책임감도 더욱 커졌을 시즌. 토트넘 구단은 아예 장기 재계약을 통해 손흥민과 오랜 동행을 원하고 있다.
만약 손흥민이 계약을 연장하게 되면 주급도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카폴로지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의 현재 주급은 19만 파운드(약 3억 2000만원)다. 토트넘 입단 당시 8만 5000파운드(약 1억 4000만원)에서 2019년 14만 파운드(약 2억 4000만원) 2021년 19만 파운드로 각각 재계약 과정에서 주급이 대폭 올랐다. 현재 팀 내에선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로 임대 이적한 탕기 은돔벨레에 이어 2위다. 은돔벨레의 주급은 20만 파운드(약 3억 3000만원)다. 재계약 과정에서 은돔벨레를 넘어 구단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 선수로 오르게 된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도 토트넘에선 20만 파운드의 주급을 받는데 그칠 만큼 토트넘은 깐깐한 주급 체계로 악명이 높았다. 이번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을 얼마나 대우해 주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약을 통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센 러브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으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지난 이적시장에서도 손흥민 영입설이 꾸준히 돌았다. 앞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은 EPL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향해 거듭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이는데, 토트넘과 계약이 2025년에 만료되는 손흥민 역시 꾸준히 영입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재계약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손흥민을 향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계약에 합의한 것 자체만으로 토트넘과 동행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팀에 오랫동안 애정을 보여줬던 손흥민을 구단이 얼마나 대우를 해주느냐다. 고민할 여지없는 수준의 대우만 보장된다면 손흥민도 흔쾌히 토트넘과 동행을 더 이어갈 수 있다. 손흥민의 나이나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남은 커리어에서 더 이상 이적은 없을 가능성도 크다. 그야말로 레전드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