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현장에서 20여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4번의 올림픽과 4번의 아시안게임을 경험했음에도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15년 이상 함께하고 참여해 왔던 e스포츠가 드디어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최초의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감개무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e스포츠가 오늘날과 같이 크게 성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초기 e스포츠는 그야말로 창소년들의 단순한 오락이나 놀이문화로 치부되어 큰 관심을 갖지 못했고,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경기 특성 때문에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20년도 안된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나름의 오랜 역경과 장애를 이겨낸 결과다. 한때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는 한국e스포츠조차도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존폐 기로에 섰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참여하고 있던 최고 구단 중 하나인 T1 조차도 내외부의 사정으로 여러 번의 폐단 위기가 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이런 역경을 딛고 국제 무대에 우뚝 선 e스포츠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멋진 경기와 감동을 전 세계 팬들에게 전달, 향후 e스포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 대표 선수들은 최상의 성적을 거둬 e스포츠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마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들은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2018년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과 비교해 더 큰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경기 장소가 최고 경쟁상대인 중국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다소 위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한국e스포츠 팬들의 따뜻한 관심과 선수들에 대한 큰 응원이 필요하다. 팬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최고의 성과를 세워야 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현장에서 발생되는 온갖 장애요소를 이겨낼 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현재 선수들의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과학적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스포츠정책개발원의 역할은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항저우 현장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e스포츠협회의 지원활동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e스포츠협회와 스포츠정책개발원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e스포츠의 성장은 더욱 커질 것이며 세계인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 증대는 곧 올림픽 정식 종목 편입에 대한 여론으로 이어져 차기 파리올림픽에서 현실화할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e스포츠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한국e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정책 수립 및 적극적 지원이 필수이며, 이를 뒷바침하기 위한 한국e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합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