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단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여자 근대5종 간판 김선우(26·경기도청)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스스로 가졌던 부담감을 지우니, 아시안게임 개인 최고 성적(개인전)으로 이어졌다. 단체전 동메달까지 더해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이나 시상대에 올랐다.
김선우는 2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합계 1386점을 기록, 장밍위(중국·1406점)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근대5종은 펜싱과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모두 치르는 종목이다.
이로써 김선우는 지난 2014년 인천 대회 단체전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5년 전 대회보다 개인전 순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의미를 더했다.
개인전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하는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이끌어 이번 대회에서 두 차례 시상대에 올랐다. 김선우와 김세희(BNK저축은행·1100점) 성승민(한국체대·1088점)이 3574점을 합작해 중국(4094점) 일본(3705점)의 뒤를 이었다. 김선우가 한 대회 시상대에 두 번 오르는 건 아시안게임 출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5년 전 스스로 부담감과 싸웠던 김선우는 이번 대회에선 그 부담감을 내려놓으려 애썼다. 2014년 인천 대회 땐 경기체고 소속으로 막내로 처음 나섰던 그는 4년 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땐 대표팀의 핵심으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스스로 부담감을 많이 느껴야 했다. 정상을 바라봤던 개인전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것 역시 내심 아쉬움이 남을 법한 성적이었다.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무려 5년을 준비한 이번 항저우 대회. 준비 기간 내내 김선우는 5년 전 당시 느꼈던 부담감을 내려놓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달 근대5종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2014년 인천 대회 땐 (장)하은이처럼 막내였고, 언니들 뒷모습만 보면서 최대한 팀에 해가 안되고 힘을 보태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번 아시안게임(자카르타·팔렘방)에서는 너무 부담을 가졌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마음을 가볍게 먹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내려놓은 김선우는 전날 펜싱과 이날 승마, 수영까지 점수 합계 837점으로 2위를 달리며 정상을 바라봤다. 다만 마지막 레이저런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사격에서 장전을 하는데 계속 격발이 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육상에서 한때 선두로 올라섰지만, 사격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결국 시상대 제일 위에 오르진 못했다. 그래도 5년 전 대회보다 더 나은 성적인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 소식을 안긴 주인공도 됐다.
미디어데이 당시 개인전보다 더 금메달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단체전에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김선우는 “다 같이 으쌰으쌰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된 만큼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단체전 금메달이 기대가 되고, 개인전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다만 결승 첫 경기였던 승마에서 김세희와 장하은(한국토지주택공사)이 낙마하고, 성승민도 말이 장애물을 지나치는 등 고전하면서 결국 점수 획득에도 애를 먹었다. 단체전은 개인전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데, 은메달을 차지한 김선우 외에 다른 선수들은 10위권대로 밀려 결국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여자 근대5종은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이 도입된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기록을 이어갔다. 여자 근대5종은 2002년 부산 대회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에선 금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2018년 자카르타 대회 땐 단체전 종목이 없어졌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9년 만에 부활했고, 근대5종 대표팀은 이번에도 시상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