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만큼 완벽한 첫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했다. 황선홍 호가 토너먼트 돌입 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진화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 조별리그 2022 E조 최종 3차전에서 3-0으로 완승했다.
한국 대표팀에게 이날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이미 앞서 2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조 1위와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3차전에 들어갔다. 황선홍 호의 목표는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 최초의 3연패. 조별리그 전승보다는 16강전에서 만날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최선의 경기력을 펼쳐야 했다.
승패 대신 확인해야 하는 게 있었다. 에이스 이강인의 컨디션이었다. 황선홍 호에서 손발을 맞춘 경험이 많지 않은 그는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에서 일정을 마친 후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달 부상을 입었던 그는 지난 20일 도르트문트(독일)과의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교체로 17분을 뛰며 대표팀 합류 전 예열을 마쳤다.
앞서 그의 귀국일에 열렸던 21일 태국과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설 수도 있었으나 황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그를 벤치에 남겼다. 대신 앞으로 활용을 위해 소통에 집중하며 긴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앞서 조별리그 2경기에서 상대 팀을 대파했던 대표팀에 에이스가 추가됐다. 역시 강호라 할 수 없는 바레인도 압도할 거라 기대했으나 전반전은 다소 답답하게 흘러갔다. 바레인은 극단적인 밀집 수비와 조직력을 발휘하며 실점 최소화에 주력했고, 그게 통했다.
특히 현역 빅클럽 소속인 이강인에게 압박이 집중적으로 가해졌다.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반칙으로 끊는 장면이 빈번했고, 두세 명이 압박을 가해 패스 루트도 막았다.
이날 2선으로 출전한 이강인은 스스로 득점을 노리기보다 라인을 후퇴하며 예리한 패스를 시도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전반 25분에는 공격의 기점이 됐다.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찌른 패스를 정우영(슈투트가르)이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빠르게 연결했고, 일찌감치 골문 앞까지 침투한 조영욱이 이를 받아 헤더로 연결했다. 공이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득점까진 이어지지 않았으나 그야말로 번개처럼 이어진 플레이였다.
전반전 초반보다 경기력은 좋았지만, 이강인이 뛴 시간은 길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전반 36분 경 이강인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앞서 소속팀에서도 긴 시간을 소화하지 않은 만큼 출전시간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교체된 이강인은 코너부터 천천히 벤치로 걸어서 들어왔다. 이날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 국내 팬들이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하자 그는 웃으면서 손을 들어 답했다.
이강인이 물러난 후반, 드디어 첫 득점이 나왔다. 후반 16분 센터백 이한범의 발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그는 득점 기회가 오자 헤더 슈팅으로 니어 포스트를 노렸다. 정확한 타이밍에 상단으로 꺾여 들어간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이한범은 득점뿐 아니라 '본업'인 수비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전반에도 높은 타점을 활용해 헤더를 시도, 세트피스에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걸 꾸준히 증명했다.
두 번째 득점까지 나왔다.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고 휴식했던 백승호가 주인공이었다. 후반 19분 정우영과 교체 투입된 백승호는 후반 29분, 오른발로 레이저 같은 중거리포를 날리며 이날 팀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쐐기를 고영준이 박았다. 고영준은 후반 39분, 박스 안으로 침투한 후 뒤에서 넘겨준 패스를 발 밑으로 정확히 받았고,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꽂아 3-0 승리에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강인의 건강 확인만으로 소득이 충분했던 한국 대표팀은 시원한 승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E조 조별 예선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다소 답답했다 해도 오히려 경기 중반 이후 손발이 맞아들어가는 모습으로 '완전체' 대표팀이 16강전에서 보여줄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