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구는 61년 만의 아시안게임(AG) 노(no) 메달, 여자 배구는 세계랭킹 40위 추락. 한국 배구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남자 배구 대표팀(세계랭킹 27위)은 지난 22일 열린 2022 항저우 AG 남자 배구 12강 토너먼트에서 파키스탄(51위)에 0-3 셧아웃을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배구가 AG에서 메달을 얻지 못한 것은 무려 61년 만이다. 남자 배구는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AG 14회 연속 메달(금 3개·은 7개·동 4개)을 따냈다.
남자 배구는 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선 꾸준히 경쟁력을 이어 왔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2023 아시아 챌린지컵에서 3위, 지난달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서는 5위에 머무르며 위기를 맞은 남자 배구는 이번 AG에서 노 메달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여자 배구도 상황이 좋지 않다. 2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여자 배구는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7연패,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 5위 등 단기간에 급격한 추락을 맞았다. 14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1년 10개월 만에 40위까지 떨어졌다.
여자 배구는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이어 온 4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도 실패했다. 지난 24일 끝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 7전 전패를 당하며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강호 폴란드(7위)에게 한 세트를 따내고 독일(12위)전에선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등 경기력은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수년간 한국 남녀 배구는 세대교체에 열을 올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남자 배구는 한선수(38) 신영석(37) 최민호(35)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여자 배구는 김연경과 양효진 등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 이후 이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도헌 남자 배구 감독과 세자르 곤잘레스 여자 배구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자 배구는 AG 7~8위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아직 AG 일정을 시작하지 않은 여자 배구는 항저우로 이동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여자 배구는 10월 1일 베트남(39위)과의 C조 예선을 시작으로 AG 여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