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간판 권순우(세계랭킹 112위·당진시청)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계랭킹이 한참 낮은 상대에게 충격패를 당한 뒤 평정심을 잃은 건데, 라켓을 수차례 내리치며 부순 뒤 상대와 악수까지 거부했다. 외신들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권순우의 왼쪽 가슴엔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다.
권순우는 지난 2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테니스 단식 2회전에서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636위·태국)에게 1-2(3-6, 7-5, 4-6)로 졌다.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무려 524계단 낮은 상대에게 2회전에서 충격패를 당한 것이다.
남자 단식 4번 시드를 받아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그는 4강에서 톱시드 장즈전(60위·중국)을 만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토너먼트 상위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2회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허망하게 탈락했다.
문제는 패배 직후 행동이었다. 권순우는 마지막 두 번의 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뒤 패배가 확정되자, 테니스 라켓을 연이어 코트 바닥으로 내리쳤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의자에도 수차례 라켓을 내리쳤다. 권순우의 이같은 행동은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에 전해졌다.
심지어 권순우는 경기 후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온 삼레즈도 외면했다. 주심과 악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관중석에선 권순우의 행동을 향한 야유가 울려 퍼졌다.
테니스 경기 패배 후 테니스 라켓을 내리치며 화를 표출하는 장면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날 권순우처럼 폭력적으로 보일 만큼 수차례 내리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의 악수 요청마저 거부하면서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비판은 불가피했다.
더 큰 문제는 권순우는 엄연히 국가대표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이날 유니폼 왼쪽 가슴에도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출전한 대회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으니,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의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콩차이나포스트는 “한국의 한 테니스 선수가 패배 후 라켓을 부수고 태국 선수의 악수를 거부했다”며 “상대보다 500계단 이상 랭킹이 높은 권순우는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후 곤혹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 권순우는 라켓을 수차례 바닥에 내리치고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코트와 의자 다리를 계속 내리쳤다. 상대가 악수를 청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스포츠매체인 스포츠키다 역시 “권순우가 아시안게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모든 평정심을 잃었다. 권순우에겐 감당하기 힘든 패배였고, 코트 위에서 모든 분노를 표출했다”며 “그는 라켓을 코트와 의자에 수차례 내리쳐 산산조각 냈다. 상대 선수는 물론 주심과 악수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권순우의 이같은 행동은 경기 내내 이어진 삼레즈의 심리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소후닷컴은 “삼레즈가 경기 중 메디컬 타임아웃이나 긴 시간 화장실 이용 등 권순우의 기세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있다. 권순우는 이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결국 패배 후 분노가 표출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면서 “권순우는 이번 논란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병역 문제도 걸린 대회에서 권순우는 단식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 다음 기회는 남자 복식”이라고 덧붙였다.
남자 단식에서 탈락한 권순우는 홍성찬(195위·세종시청)과 함께 남자 복식 메달 사냥에 나선다. 다만 태극마크를 달고 불미스러운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얼마나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파트너 홍성찬에게도 애꿎은 피해가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