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김병수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염기훈 플레잉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맡는다. 플레잉코치의 대행 선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오동석 단장은 “구단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구단을 통해 밝혔고, 염기훈 대행은 팬들에게 “혼을 내시더라도 시즌을 마치고 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수원 구단은 26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구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원 구단은 전날만 하더라도 “김병수 감독이 ‘더 이상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하루 만에 자진 사퇴가 아닌 ‘경질’로 정정해 발표했다.
오동석 단장은 구단을 통해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남은 7경기 동안 과연 반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구단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시즌을 마친 후 서포터스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병수 감독은 지난 5월 수원의 제8대 사령탑에 선임됐다. 당시 수원은 개막 10경기 2무 8패의 최악의 성적을 거두자 이병근 감독과 결별하고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까지였다. 김병수 감독 체제에선 그러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부임 2경기 만에 강원FC전 승리를 이끌긴 했지만, 이후 4연패 포함 9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다. 이후 3승 1무 1패로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4연패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수원은 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원 구단은 김병수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는 대신 ‘경질’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선임 후 불과 4개월 만이다. 당초 김병수 감독의 자진 사퇴로 포장하려던 수원 구단은 김 감독의 경질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에 나서자 결국 경질로 정정해 발표했다. 지난 4월에도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던 수원 구단은 이번 시즌에만 두 명의 감독을 경질했다. 물론 오동석 단장을 비롯해 고위급 프런트는 그 누구도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굳건하게 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이번 시즌에만 두 번째로 감독을 경질한 뒤 그 자리에 앉힌 건 ‘플레잉코치’ 염기훈이다. 수원 레전드이기도 한 염기훈은 이번 시즌 선수와 코치 역할을 했고, 이미 K리그엔 3경기 출전 기록까지 있다. 플레잉코치가 시즌 도중 감독 대행 역할까지 맡는 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수원 구단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염기훈 대행은 26일 선수단 미팅까지 진행하고, 수원 선수단은 염 대행 체제로 첫 훈련까지 진행했다. 새 주장에 김보경, 부주장에 고승범과 불투이스, 이종성 등 주장단도 교체했고,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역할 조정 등 팀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오랫동안 수원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 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고 주문했다”며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 혼을 내시더라도 시즌을 마치고 내셨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오로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구단을 통해’ 밝혔다.
염기훈 대행은 오는 30일 오후 7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길에서 대행 데뷔전을 치른다. 수원의 정규리그 최종전은 내달 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다. 이후 파이널 B그룹(7~12위) 팀들과 한 차례씩 더 격돌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이번 시즌 강등은 1+2 체제로, 수원이 현재 처한 12위는 다이렉트 강등되고 10위, 11위는 K리그2(2부)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여 잔류 또는 강등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