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영 국가대표 이은지(17·방산고)가 역전 드라마를 쓴 끝에 개인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은지는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배영 200m 결선에서 2분09초75를 기록, 중국의 펑쉬웨이(2분07초28)와 류야신(2분08초70)에 이은 3위에 올라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은지의 기록은 기존 한국기록(2분09초49)과는 불과 0.26초 차이에 불과하다.
앞서 예선부터 전체 2위(2분11초42)로 통과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린 이은지는 결선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막판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써진 게 컸다. 우승한 펑쉬웨이가 경기 내내 독주한 가운데 중위권 싸움이 치열했던 상황. 이은지는 150m 지점까지는 4위에 그쳤다.
그러나 막판 50m 구간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이은지는 스퍼트를 내며 3위에 있던 나리타 미오(일본)를 제쳤고, 마지막까지 3위를 수성해낸 끝에 동메달 수상에 성공했다. 역전을 이뤄낸 마지막 50m 구간만 따지면 이은지의 기록은 32초62로 나리타(33초73)를 1초 이상 앞섰다.
이은지의 개인 첫 국제 종합대회 메달이다. 대회 직전 불의의 부상을 겪었던 만큼 더 기분 좋은 수상이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달 30일 "이은지가 진천선수촌 입촌 기간에 초저온 회복기기 치료를 받다가 부상을 당했다. 동상 진단이 나왔고 의료진이 2주 정도 치료를 권고했다. 선수촌 밖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사고였다. 대회 복귀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의의 부상을 빚어 페이스 조절에 대한 우려가 그를 따랐다.
이은지는 우려를 딛고 값진 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여자 배영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최수민(100m 동메달)과 심민지(200m 동메달)을 따낸 뒤 25년 만의 일이다.
한국 수영의 강세도 이어갔다. 이은지의 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이 항저우에서 얻은 7번째 수영 메달이다. 한국은 이은지의 입상 후 김우민의 자유형 1500m 은메달 수상으로 총 8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6개(금 1개·은 1개·동 4개)를 뛰어넘는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