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 기준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이날 개봉한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이 35.7%로 1위, ‘1947 보스톤’이 18.7%로 2위, ‘거미집’이 14.7%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예매율만 높고 보면 ‘천박사’가 가장 높아 1위가 점쳐지는 가운데 ‘1947 보스톤’과 ‘거미집’이 뒤를 잇는 형국이다.
다만 예매율보다 예매량을 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조짐이 심상치 않다. ‘천박사’는 예매량이 17만 1532 명, ‘1947 보스톤’은 9만 18 명, ‘거미집’은 7만 448 명이다. 세 편의 기대작이 동시에 개봉하는데도 첫날 총관객수가 30만명 가량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매량은, 당일 예매 뿐 아니라 연휴 기간 중 예매를 선반영하기에 추석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진 않다.
전날인 26일 총관객수가 8만 9121명으로 10만명대 이하로 떨어진 가운데, 연휴 기간 동안 일일 총관객수가 30~50만명을 유지할 경우 세 편 영화 모두에게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 편의 한국영화 기대작이 같은 날 개봉하는 전략을 세운 건,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3년 연속 극장요금이 인상되기 전 추석 연휴에 하루에 100만명 이상 총관객이 들었을 때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2019년 추석 연휴인 9월12일부터 15일까지 일일 총관객수는 각각 109만명, 138만명, 154만명,110만명이었다. 세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해도 일일 총관객수가 100만명이 넘는다면 승기를 잡은 영화는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극장요금 3년 연속 이후엔 추석 연휴 기간 중 일일 관객수가 100만명을 넘기가 쉽지 않다. 경쟁작도 없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9일부터 12일까지 일일 총관객수는 72만명, 93만명,110만명, 96만명 가량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개봉한 ‘공조2:인터내셔날’이 698만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는 경쟁작이 없어서 이 관객들을 홀로 끌어들이면서 장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컸다.
극장요금 3년 연속 인상 이후 한국영화 흥행 패턴은 대부분 경쟁작이 없어서 장기 상영이 이어질 때 가능했다. 극장요금 인상 전에는 한국관객 특성이 개봉 초기에 집중적으로 몰렸다면, 극장요금 3년 연속 인상 이후에는 앞선 관객들의 평가를 확인한 후 시간과 돈을 쓰는 경향이 훨씬 커졌다. 장기 흥행과 N차 관람이 늘어난 이유다. 올여름 치열한 경쟁 속에서 514만명을 동원한 ‘밀수’ 흥행이 오히려 이례적이다.
때문에 올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일일 총관객수가 10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50만명 가량에 머물 경우 여름 시장에 이어 재앙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시장이 축소된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다, 롱런도 쉽지 않은 탓이다.
낮은 예매관객수는 불길한 전조다. 올해는 일년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다는 7~8월 중 일일 관객수가 100만명 이상 든 건 단 하루(8월15일) 뿐이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중 적어도 일일 총관객수가 80~90만명 가량은 들고 한 영화가 독주하다시피 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고 올해 3편 뿐인 흥행작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과연 이번 추석 연휴 극장에서 어떤 영화가 웃게 될지, 여름시장의 재연이 될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