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렸던 여자 태권도 에이스 이다빈(서울시청)이 결승에서 홈팀 중국을 넘지 못했다. 지난 세계선수권서 충격패 후 눈물을 쏟아냈던 그는 눈물을 겨우 참아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다빈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저우쩌치에게 라운드 점수 1-2(9-8 2-9 8-21)로 패하고 은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과와 별개로 과정 자체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1라운드에서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둔 이다빈은 2라운드부터는 머리 공격을 집중적으로 당하며 벌어지는 점수 차를 통제하지 못하고 대패했다.
그 누구보다 선수 본인이 잘 안다. 그래서 이다빈은 자책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다빈은 "너무 아쉽다. 강한 상대를 만나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스스로에게 많이 답답하고 또 불편한 감정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다빈은 지난 5~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16강에서 이탈리아 마리스텔라 스미라글리아에게 라운드 점수 0-2 완패를 당했다. 선수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패배였고, 그는 탈락 후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패배가 확정된 후 코트 위에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그는 믹스트존에서도 눈물을 힘들게 참아냈다. 이다빈은 "상대도 잘 싸웠다. (내가) 더 잘했으면 되는 건데, 그걸 하지 못해서 내가 졌다고 생각한다.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상이 있던 탓에 할 수 있는 것들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 상대 분석은 정말 잘 됐다고 본다"며 "1라운드에서 원래 내 폼이 아닌 반대로 자세를 취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주먹 공격, 근접전을 시도해 점수를 내고 주도권을 가져오는 전략이 먹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2, 3라운드에서는 (전자호구가) 자동 센서 방식이라서 직접적으로 타격이 들어가지 않아도 저항만으로도 반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부분에서 흐름이 계속 상대에게 넘어간 점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물론 변명이 되는 건 피하고자 했다. 이다빈은 "그게 상대의 전략이었다면 정말 좋은 전략을 짜서 나온 것이다. 내가 더 완벽하게 대응했다면 그런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나한테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다빈은 족부 부상으로 대회 직전 실전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그는 "(중국으로) 출발하기 3일 정도 전부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왼발은 아예 발차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고 털어놨다.
3연패 도전을 기대하던 주위 시선에 대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 이다빈이 이 경기를 이겼다면 태권도 여자 개인전이 도입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최초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룬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앞서 2014 인천(62㎏급), 2018 자카르타-팔렘방(67㎏ 초과급)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남녀 통틀어 아시안게임 3연패 기록 보유자는 한국 태권도 간판스타였던 이대훈 현 국가대표팀 코치뿐이다.
이다빈은 주위의 기대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부담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주변에서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3연패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이번 대회 우승만 목표로 준비하니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다빈은 결국 시상대에 올라서도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여줬다. 역사를 쓰지 못해서는 아니었을 거다. 메달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자신의 100%를 다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여전히 녹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