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3쿼터 중국 왕저린의 덩크슛을 대한민국 선수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17년 만에 메달 없이 아시안게임(AG)을 마쳤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남자농구 중국과 8강전에서 70-84로 패했다.
한국은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의 높이에 막혔다. 라건아의 선취점으로 가볍게 출발했으나 이후 중국 자오 루이에게 연속 6실점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내줬다. 높이뿐 아니라 속도도 중국의 승리였다. 트랜지션 후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 초반 역전을 이뤘던 중국은 이후에도 빠르게 코트를 건너와 한국의 림을 저격했다. 13-15로 팽팽했던 흐름을 끊은 것도 중국 후밍슈아가 속공 후 와이드 오픈 기회에서 꽂은 3점 슛이었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2쿼터 대한민국 이우석이 중국의 협력 수비에 가로 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쿼터 2분 29초를 남겨놓고는 허무한 스틸로 그대로 무너졌다. 골 밑에서 라건아가 안일하게 던진 패스를 중국이 스틸했고, 이를 잡은 중국은 한손 슛으로 득점했다. 이어 4연속 점수가 나오면서 양 팀의 점수 차는 20-43까지 벌어졌다. 결국 전반을 마칠 때까지 한국은 30-50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3쿼터 대한민국 김종규와 중국 두룬왕이 양팀간 볼다툼과 관련해 언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3쿼터 대한민국 김종규와 중국 두룬왕이 양팀간 볼다툼과 관련해 언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3쿼터 반전을 노렸으나 중국은 그대로 달아나며 20점 차를 지켰다. 선수단끼리 충돌도 나왔다. 3쿼터 2분 49초를 남긴 상황에서 중국 자오지웨이가 전성현의 팔을 끼는 일이 벌어졌고, 양 팀 선수단이 모여 언쟁을 벌였다. 심판진의 판정은 자오지웨이와 전성현 모두 U파울이었다. 점수 차를 좁힐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3쿼터는 66-45로 마무리됐다.
중국은 4쿼터 리드를 그대로 지켰다. 4쿼터 시작 직후 중국 짱찌엔린이 한국의 턴오버를 틈타 스틸에 성공, 원 핸드 덩크를 성공시키고 포효했다. 중국의 승리를 확신하게 만드는 선언이나 다름 없었다. 실력도 기세도 중국에 미치지 못한 한국은 그대로 패하며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이번 대회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한국이 메달을 따내지 못한 건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처음이다. 당시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실패했고, 안일하게 팀을 구성했다가 '도하 참사'라는 오명을 썼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8강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4쿼터 대한민국 허훈이 하프라인을 넘어 드리블 할 때 중국 두룬왕이 밀치며 파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참사가 17년 만에 재현됐다. 중국과 8강전은 말 그대로 참패였다. 전반을 마친 시점에서 30-50. 일찌감치 중국에 승기를 내줬다. '만리장성'의 높이를 도저히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한국의 야투 성공률은 33%에 불과했고, 3점 슛 성공률은 17%까지 떨어졌다. 라건아와 하윤기, 김종규 등 빅맨을 기용해 미드레인지 게임을 시도했으나 높이도 힘도 중국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에게 전반 야투 성공률 58%, 3점 슛 성공률 50%를 허용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수들이 공·수 모두 무기력했던 건 쉴 새 없던 일정 탓도 있었다. 대표팀은 불과 하루 전 저녁에 바레인과 8강 진출팀 결정전을 치렀다. 88-73으로 바레인을 꺾고 8강에는 올랐지만, 다음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14시간에 불과했다. 지난 9월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조별리그 D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허훈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패한 대표팀은 험난한 일정을 거친 끝에 8강전에서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사진=연합뉴스 강행군이었으나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한국의 일정이 어려웠던 건 조별 예선에서 일본에 패한 까닭이다. 일본이 농구 월드컵에 나가는 대표팀 1진 대신 평균 연령 24.9세의 2진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77-83으로 패하며 8강 직행에 실패했다. 일본이 3점 슛 기회를 탄탄히 세팅해 득점 싸움에서 앞선 반면 한국은 선수들의 기량과 높이를 살리지 못하고 패했다.
양 팀 최다득점을 기록했던 허훈은 일본전이 끝난 후 "지난 3개월 동안 대표팀을 준비하면서 쭉 지켜봤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조금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AG인 만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걸 다 해야 했다"며 "요행으로 이기는 걸 바라는 것 같다. 지금은 그 부분에서 정말 화가 난다"고 쓴소리를 꺼냈다.
허훈은 바레인전을 마친 후에도 "국가대표로서 일본에 패한 것에 대해 나와 선수들 모두 많은 걸 느꼈을 것"이라며 "중국전에서 모든 선수들이 코트에 있는 1분, 1초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 했지만, 지친 선수들의 발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전에서 선수들은 체력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골 밑에서 매번 중국에 밀렸고, 슛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4쿼터 막판에야 득점이 이어지며 20점 차 이하가 됐지만, 승기는 넘어간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