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소식을 전하면서 ‘괴뢰’로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작 북한 선수단은 대회 기간 내내 ‘북한’, ‘북측’ 등 표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모순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한국과 북한의 여자축구 8강전 소식을 전하면서 자막에 한국을 ‘괴뢰’로 표기하고 “우리나라팀(북한)과 괴뢰팀 사이의 준준결승 경기가 9월 30일 진행됐다. 경기는 우리나라팀이 괴뢰팀을 4-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차이로 타승한 가운데 끝났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역시도 같은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괴뢰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동안 북한이 한국을 지칭할 땐 주로 ‘남조선’이라는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때도 같은 표기로 사용했다.
괴뢰의 사전적 의미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인형 또는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북한 사전상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이라는 뜻이다.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정작 북한 선수단은 대회 기간 내내 북한 또는 북측이라는 호칭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리유일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한국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북측’이라는 한국 취재진의 표현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반발했다. 여자농구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언급에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그러면서 정작 한국은 ‘괴뢰’로 표기하고 있는 황당한 행태다.
공교롭게도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여자축구 남북전은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등 논란 속에 승부가 갈린 경기였다. 당시 한국은 전반 41분 공격수 손화연이 상대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충돌했는데, 주심은 손화연에게 두 번째 경고를 주고 퇴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이어졌고, 결국 한국은 수적 열세 속 1-4로 역전패를 당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는 여러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패배를 당한 뒤엔 공식 기자회견을 스스로 건너 뛰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예의를 중시하는 유도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의 악수를 거부한 채 등 돌려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남자축구 8강전에서 일본에 패배하자 심판을 몸과 팔로 밀며 위협적이 동작을 취하거나 일본 의료진을 위협하는 자세를 취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