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일본 가와사키 원정길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후반 44분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90분 간 슈팅 수는 5개, 이 가운데 골문 안으로 향한 건 단 1개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3일 일본 가와사키의 도도로키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I조 2차전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0-1로 졌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이 후반 막판에 깨졌다.
앞서 조별리그 1차전에서 BG 빠툼 유나이티드(태국)를 3-1로 완파했던 울산은 승점 3(1승 1패)을 유지하며 조 2위로 떨어졌다. 진행 중인 빠툼-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전 결과에 따라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선두는 가와사키(2승·승점 6)다.
시즌 내내 K리그1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울산은 7월 들어 급격하게 흐름이 꺾인 모습이다. 8월 이후 6경기에서 단 1승(3무 2패)에 그쳤을 정도. 그나마 빠툼, 수원FC전 2연승과 지난 주말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 무승부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듯했지만, 가와사키 원정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다시 흐름이 꺾였다.
특히 이날 울산은 90분 동안 단 5개의 슈팅에 그치며 빈공에 시달렸다. 지난 포항 원정에서도 슈팅이 단 1개에 불과했던 울산은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울산은 오는 8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1 정규 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ACL은 오는 24일 조호르와의 조별리그 3차전 홈경기가 예정돼 있다.
홍명보 감독은 주민규와 마틴 아담을 모두 벤치에 두고 김지현을 최전방에 두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바코와 이동경, 아타루가 2선에 포진했고 김민혁과 이규성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조현택과 김영권, 김기희, 김태환은 수비라인을, 조현우는 골문을 각각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울산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도권을 내준 채 경기를 끌려갔다. 이날 전반전 슈팅 수도 단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수비에 무게를 뒀다. 교체 명단 등을 고려하면 후반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후반에도 울산은 반전의 불씨를 지피지 못했다. 홍 감독은 후반 9분 마틴 아담과 이청용을 투입하며 전방에 변화를 줬지만 여전히 꼬인 흐름을 풀지는 못했다. 후반 31분 루빅손과 김성준이 잇따라 투입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울산은 가와사키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0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막판을 버텨내지 못했다. 조현우의 킥이 측면에서 끊겼고, 곧장 가와사키의 공격이 이어졌다. 빗맞은 패스가 페널티 박스 정면으로 흘렀고, 도노 다이야가 뒤로 내준 패스를 다치바나다 겐토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조현우가 몸을 날렸지만, 워낙 강력한 슈팅은 울산 골문을 세차게 흔들었다. 후반 44분이었다.
울산은 후반 45분 주민규까지 투입하며 마지막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굳게 닫힌 가와사키의 골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울산의 0-1 패배로 막을 내렸다. 정규시간 종료 1분 전에 나온 골이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구단에 따르면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결과적으로 패한 경기지만, 전체적으로는 준비한 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마지막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고비가 있었는데, 그것을 넘기지 못한 느낌이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후반 막판 실점 장면에 대해서는 “수비하는 입장에서, 볼이 반대로 진행되면서 수비 밸런스가 좋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공백이 생겼다. 그런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조직적으로 아쉬웠던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가와사키전 아쉬움을 빨리 털고 주말 K리그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나아가 A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날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도 더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잊고 다음 리그 경기(인천) 준비를 잘하겠다.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가 가와사키와의 경기다. 선수들이 이번 경기 경험을 잘 간직하고, 많이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