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아시안게임 차출로 빠진 파리 생제르맹(PSG)이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길에서 기록적인 대패를 당했다. PSG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4골 이상 실점한 건 2017년 바르셀로나 원정 6실점 이후 6년 만이다. 공격수만 4명을 전진 배치시킨 공격적인 전술이 화근이 됐다.
PSG는 5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3~24 UCL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뉴캐슬에 1-4로 완패했다. 한때 0-3으로 밀린 뒤 만회골을 넣으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으나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허용하고 무너졌다.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전 1-6 참패 이후 6년 만에 당한 완패다.
PSG는 승점 3(1승 1패)으로 그나마 조 2위 자리를 지켰지만, F조가 이번 대회 최고의 ‘죽음의 조’라는 점에서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F조는 선두 뉴캐슬이 승점 4(1승 1무), PSG, AC밀란(2무·승점 2), 도르트문트(1무 1패·승점 1)가 각각 1점 차로 순위가 갈린 1~4위를 형성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과도하게 구성한 공격적인 전술이 결국 화근이 됐다. 이날 PSG는 곤살루 하무스를 필두로 란달 콜로 무아니,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가 모두 전방에 포진했다. 선수들의 위치에 따라 전술은 4-2-4의 극단적인 공격 형태까지 보였다. 그동안 주로 3명의 공격수를 전방 배치하던 것을 돌아보면 나름의 노림수였는데, 뉴캐슬은 그리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뉴캐슬은 전반에만 2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 7525일 만에 UCL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은 지난달 20일 도르트문트와의 UCL 경기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른 뒤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이다. 이강인이 속한 황선홍호는 결승까지 올라 오는 7일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PSG는 오는 9일 스타드 렌과의 프랑스 리그1 8라운드를 치르는데, 일정상 이강인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프랑스로 복귀하는 대신 곧바로 한국으로 향해 10월 A매치 2연전(튀니지·베트남)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의 PSG 복귀전은 빨라야 이달 22일 스트라스부르전이 될 전망이다.
이날 PSG는 앞선 네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두고 워렌 자이르-에머리와 마누엘 우가르테가 중원에 포진했다. 뤼카 에르난데스와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키뉴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진에 포진했다. 골키퍼는 잔루이지 돈나룸마.
포문은 PSG가 열었다. 전반 5분 만에 뎀벨레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해 뉴캐슬 골문을 노렸다. 슈팅은 그러나 골문을 벗어났다. 이에 질세라 뉴캐슬도 전반 13분 이사크와 알미론, 트리피어의 연이은 슈팅으로 PSG 골문을 두드렸다. 경기 초반부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팽팽하던 균형은 전반 17분에 깨졌다. 마르키뉴스의 치명적인 패스 미스가 PSG의 실점으로 연결됐다. 마르키뉴스의 패스를 기마랑이스가 차단한 뒤, 이사크가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했다. 첫 슈팅은 돈나룸마가 쳐냈지만, 흐른 공을 알미론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PSG 골망을 흔들었다.
일격을 맞은 PSG는 자이르-에머리와 하무스의 연이은 슈팅으로 다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뉴캐슬의 집중력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전반 39분 뉴캐슬이 격차를 벌렸다. 프리킥 후속 공격 상황에서 기마랑이스의 크로스를 번이 헤더로 연결했다. 오프사이드 여부가 VAR 대상이 됐지만 그대로 득점이 인정됐다. 뉴캐슬은 전반 점유율이 32%에 불과했지만, 슈팅은 오히려 2배가 더 많은 8개나 기록했다. 이 가운데 4개가 유효슈팅이었고, 2개는 골로 연결됐다. PSG의 전반 슈팅 수는 4개,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기세가 오른 뉴캐슬은 후반 5분 3-0까지 격차를 벌렸다. 트리피어의 침투 패스를 받은 롱스태프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후반전 양 팀의 첫 번째 슈팅이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뉴캐슬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PSG는 궁지에 몰렸다.
그나마 PSG도 후반 11분 만회골을 넣으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자이르-에머리의 로빙 패스를 받은 에르난데스가 문전에서 머리로 방향을 살짝 돌려놔 뉴캐슬 골망을 흔들었다. 에르난데스의 오프사이드 여부는 VAR을 통해 온사이드로 확인됐다. 다시 2골 차로 격차가 좁혀졌다.
이후 PSG는 하키미와 뎀벨레의 연이은 슈팅으로 뉴캐슬 골문을 거듭 두드렸다. 그러나 뉴캐슬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뉴캐슬 역시 후반 중반 이후 기마랑이스와 이사크의 슈팅을 앞세워 내심 4번째 골까지 노렸다. 뉴캐슬의 3-1 리드 상황이 후반 막판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결실을 맺은 건 PSG가 아닌 홈팀 뉴캐슬이었다. 수비수 셰어가 상대 진영에서 공을 차단해 냈고, 제이콥 머피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 순간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슈팅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그대로 PSG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경기는 뉴캐슬의 4-1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양 팀의 점유율은 뉴캐슬이 27%, PSG가 73%로 격차가 컸지만 의미는 없었다. 슈팅 수에선 12-11로 근소했지만, 유효 슈팅수는 8-2로 뉴캐슬이 크게 앞섰다.
경기 공식 최우수 선수는 선제골을 기록한 알미론이 수상했다. 알미론은 71분 동안 2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활약했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순간이다. 뉴캐슬 구단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경기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뉴캐슬에 축하를 보내야 하지만, 스코어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1-4라는 스코어는 가혹하다”면서 “(4-2-4 전술을 꺼내든 건) 이 전술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PSG의 에르난데스는 “4-2-4 전술은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때로는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오늘은 후자였다”고 덧붙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리오 퍼디난드는 PSG의 완패 패착은 엔리케 감독이 꺼내든 4-2-4 전술에 있다고 분석했다. 퍼디난드는 UEFA를 통해 “PSG가 뉴캐슬을 과소평가했을 수도 있지만, 큰 무대일수록 제대로 된 전술을 선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4-2-4 전술로 경기에 나서면서 중원이 헐거울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