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축구 결승전은 한일전이다. 단 한 판에 모든 걸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결승전을 치른다. 상대는 일본이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남자 축구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성사됐다. 한국의 사상 최초의 3회 연속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무대다.
결승까지 여정은 거침이 없었다. 황선홍호는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25득점·2실점의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연장 없이 모든 경기를 정규 시간에 끝냈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승 우승’도 바라보고 있다. 이미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의 19골을 넘어 역대 AG 한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은 이미 경신했다.
무서운 화력의 중심엔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이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만 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예약했다. 정우영은 조별리그 1차전 쿠웨이트전 해트트릭(3골)에 이어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 그리고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각각 멀티골(2골)을 터뜨렸다. 3경기 모두 결승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 순도가 높았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에 나서기 전까지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혹평을 들었다.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력과 결정력은 2선 자원인 정우영의 활약 덕분에 강점으로 바뀌었다. 정우영은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되지만, 호시탐탐 문전까지 침투해 득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인다. 최대 고비로 꼽혔던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정우영이 혼자 책임진 2골 모두 문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였다.
정우영은 한일전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정우영은 현재 득점 2위 모하메드 마란(사우디아라비아·탈락)에 2골 앞서 있다. 공동 3위권과 격차는 4골이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이끄는 골을 더한다면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에 이어 역대 4번째 AG 득점왕에 오른다. 금메달을 통한 병역 특례 혜택은 덤이다. 19살 때부터 이어온 유럽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직접 마련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전력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일본은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선수) 없이 한국보다 2살 어린 22세 이하 선수들로만 이번 대표팀을 꾸렸다. 22명 중 10명은 대학 소속이고, J리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확실한 주전급 자원도 2부리그 도치기 소속 골키퍼 후지타 가즈키가 유일하다. 해외파도 브라질 2부 노보리존치누 소속의 마츠오카 다이키, 독일 베르더 브레멘 2군(리저브팀) 소속 사토 게인 2명뿐이다. 한일전이라는 라이벌전의 특성상 객관적인 전력 이외의 분위기 싸움이 큰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이 자신감을 갖고 나서도 좋을 만한 환경이다.
더구나 황선홍호 입장에선 설욕의 의미가 담긴 경기이기도 하다. 황선홍호는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과 만나 0-3 충격패를 당한 바 있다. 이번 AG 결승전 승리로 시상대 제일 위에 오를 수 있다면, 지난해 충격적인 0-3 완패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복수전이 될 수 있다.
지난 6월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김은중 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은 정우영의 결승전 활약과 황선홍호의 금메달을 기대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우영이 슈투트가르트 이적 후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고,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마음이 편하고 자신감이 있다 보니 경기력이 좋다. 득점 감각이 워낙 좋으니까 결승전에서도 가장 기대가 된다. 조영욱이나 이강인, 송민규 등 개인 능력이 있고 득점력이 있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 게 황선홍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중 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자신들만의 패턴 플레이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도 해왔던 것처럼 우리 플레이만 잘한다면 좋은 경기력과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골이 빨리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초조하거나 급하게 하기보단 차분하게 하면 좋겠다. 자칫 우리가 급해져서 흔들릴 수도 있다”며 “지난 6경기에서 황선홍 감독님이 그동안 준비를 잘했던 게 운동장에서 잘 나타났다. 요즘 한국축구가 일본에 많이 졌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반등을 했으면 좋겠다. 경기력을 봤을 때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