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의 새싹이 충무로의 샛별이 됐다. 배우 홍사빈이 영화 ‘화란’을 통해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사빈은 어딘지 모르게 얼이 빠진 느낌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인터뷰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이렇게 크게 주목을 받은 것도, 밀려오는 취재진을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기절 직전이에요. (웃음)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보여드리게 된 거잖아요. 이제 영화가 개봉하면 더 떨리겠죠. 아무쪼록 관객들이 영화에 해석과 의미를 덧대어 좋은 영화로서의 의미를 완성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사빈은 툭 치면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폭력의 세계에 놓인 연규 역을 맡아 치건 역의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다.
홍사빈은 자신이 연기한 연규에 대해 “참 암울하고 수렁 속에 깊이 빠진 것 같은 현실에서 살던 아이가 작은 희망이라도 쥐고 살아가고자 한다. 너무 직관적이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화란’에는 홍사빈의 말처럼 넘겨짚어야 하는 은유적인 표현이 많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숨기는 감정이 많은 만큼 송중기와 호흡도 중요했다. 홍사빈은 “송중기 선배가 ‘화란’이란 작품을 사랑한다는 게 옆에서도 느껴졌다. 그런 옆에서 감히 지칠 수 없었다”며 “내가 받을 수 있는 호의란 호의는 다 받으며 촬영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송중기를 통해 연기력보다 중요한 건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사빈이 인터뷰 자리에서 특별히 감사하고 싶은 인물이 또 있다. 자신의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달려와주는 친구 지섭, 호승이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네 친구들이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 연기를 시작한 홍사빈은 자신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렇게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세우는 홍사빈이 유일하게 기대는 인물이 바로 이 두 친구다.
“여기서 실명 말해도 돼요? 되면 꼭 넣어주세요. 자신들은 취업 준비 중인데 제가 촬영할 때 둘이 돈 모아서 커피차를 보내주기도 하고, 늦게 시작한 저를 위해 100만 원을 모아서 연기학원에 등록도 시켜준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이번 칸영화제 때도 자기 일처럼 얼마나 호들갑을 떨고 좋아하던지… 지섭아, 호승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