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은 장발이 어울리는 우리나라 대표 남성 배우다.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서도 장발을 한 채 상반신을 탈의하고 맨몸 액션을 벌이는 모습은 김지훈만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더구나 영화의 전체적인 몽환적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김지훈은 작품을 위해 언제든 삭발을 하겠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으나, 이제는 트레이드마크인 장발을 빼놓고서는 김지훈을 떠올릴 수 없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내몬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펼치는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으로 지난 6일 공개됐다. 극중 김지훈은 쾌락과 이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빌런 최프로 역을 맡았다.
김지훈은 ‘발레리나’에서 본격적으로 첫 등장하는 순간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반신을 탈의한 채 집안에서 철봉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은 강렬하고 독특한 최프로의 등장을 알린다. 이후 민희에게 저지르는 범죄의 잔혹함과 옥주와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그려내는 캐릭터의 입체적 면모들은 20여 년간 쌓은 연기력으로 채워 넣는다.
사실 이러한 비주얼과 연기력이 어우러진 김지훈만의 특별한 매력이 제대로 발산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김지훈은 지난 2002년 드라마 ‘러빙 유’로 데뷔한 후 ‘얼마나 좋길래’, ‘며느리 전성시대’, ‘연애결혼’, ‘결혼의 신’, ‘왔다! 장보리’, ‘바벨’, ‘악의 꽃’ 등에서 주조연을 오가며 얼굴을 알렸다. 특히 지난 2014년 최고 시청률 35.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왔다! 장보리’의 주연을 맡으며 작품의 흥행을 가장 앞에서 이끌었다.
그러나 김지훈만의 차별화된 매력은 지난 2020년 ‘악의 꽃’부터 제대로 발산됐다. 장발과 함께 펼치는 악한 연기는 그간 김지훈의 이미지와 무척 달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지훈은 데뷔 후 20여 년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으나 편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시청자를 만났던 터. 반면 ‘악의 꽃’에선 세련되고 트렌디한 비주얼로 연쇄살인마를 연기해 강렬함을 남겼다.
김지훈은 ‘악의 꽃’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과 로맨틱코미디 ‘연애대전’을 통해 때로는 단순하고 정이 많은 다혈질 인물을, 때로는 로맨스가 익숙한 톱스타를 그려내며 작품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발레리나’는 이미지 변신 후 다시 도전하는 악역이다.
김지훈은 “악역을 연기할 때 왜 나쁜 짓을 하는지, 또는 연민과 동정을 느낄 지점이 있는지 생각하는데 이번 악역은 개인적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전작들에서 연기한 악역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그렇기에, 그만의 비주얼 빌런이 탄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