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에게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어울리는 옷일까.
이정후를 향한 샌프란시스코의 관심이 뜨겁다.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당장은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삼성 라이온즈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날 경기는 시즌 뒤 MLB에 도전할 이정후의 홈 최종전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를 비롯한 MLB 복수의 구단이 고척돔에 관계자를 파견했는데 선수단 운영 총괄 책임자인 단장(GM)이 직접 나선 건 샌프란시스코가 유일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79승 83패)에 그치며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 오프시즌 전력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NPB)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는 물론이고 이정후 영입전에도 뛰어든 모양새다. 올 시즌 팀 타율이 MLB 30개 팀 중 28위에 그쳐 푸틸라 단장의 고척돔 방문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0.340으로 3000타석 기준 KBO리그 역대 1위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의 외야는 '포화 상태'에 가깝다. 외야 세 자리 중 두 자리는 미치 해니거와 마이클 콘포토가 차지한다. 해니거는 지난해 말 3년 총액 4350만 달러(589억원)에 장기 계약했다. 콘포토도 지난 1월 2년 총액 3600만 달러(488억원) 계약해 2024시즌에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 두 선수에게 주전 자리를 보장한다면 이정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외야 한 자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오스틴 슬레이터에 대형 유망주 루이스 마토스까지 버텨 경쟁률이 낮지 않다. 마토스는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4할대 출루율에 6할대 장타율을 기록, 지난 6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샌프란시스코는 외야 자원이 넘친다. 두 선수(해니거·콘포토)를 무조건 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 자리를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이정후를 낮은 금액으로 영입하지 않는다면 주전으로 기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토스 같은 선수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데 구단의 행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야 경쟁 구도만 보면 양키스의 상황이 이정후에게 더 나을 수 있다. 양키스는 주포 애런 저지를 제외하면 마땅한 자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송재우 위원은 "샌프란시스코는 (서부지구 경쟁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이번 가을야구에서 승승장구해 팬들이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양키스는 가게 된다면 첫 단추를 정말 잘 끼워야 한다. 처음에 부진하면 팬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선수 구성만 보면 (주전으로 뛰는 건) 샌프란시스코보단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