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하석진의 우승 기념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상금(2억 5000만원)에 관한 것이었다. “상금은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에 하석진은 “그것부터 물어보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직 하나도 안 썼다. 갑자기 그렇게 큰 돈을 쓰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프로그램. 초반부터 두뇌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계속된 가운데 최종 우승자는 하석진이 됐다. tvN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 등을 통해 보여줬던 ‘뇌섹남’ 면모를 이번 ‘데블스 플랜’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석진은 사실 처음부터 우승을 예상하지는 못 했다고 한다. 12명의 플레이어 가운데 6등에서 11등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그를 각성시킨 건 게임 승자에게 주어지는 피스의 비밀을 푼 이후부터다.
피스는 모두 세 가지 모양. 이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비연예인 출연자 김동재였다. 그는 피스에 비밀이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을 초반부터 견고한 연합을 구성했던 배우 이서원에게 이야기했고, 이서원이 이를 다시 하석진에게 알려줬다. 김동재의 탈락 후 새벽까지 피스를 맞추며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던 두 사람. 결국 하석진의 손에 마름모꼴의 피스가 맞춰진 순간은 보고 있는 이들까지 환호를 지르게 하기 충분했다.
“그때부터 선두권에 갈 추진력이 생겼던 것 같아요.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한 거죠. ‘나 잘하면 더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겠는데’ 하고요. 그 피스가 감옥의 트릭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보상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결국 보상을 받았을 땐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나는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데블스 플랜’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순간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하석진은 어떻게든 감옥으로 가서 트릭을 풀고 보상을 얻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자신이 감옥에 갈 수 있는 판이 필요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또 다른 출연자 곽준빈은 하석진에게 강탈 아이템을 사용해 감옥에 갈 사람을 정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줬고, 하석진은 이 아이템을 바둑기사 조연우에게 썼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템을 썼다면 누구도 탈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 하석진이 조연우에게 이 아이템을 씀으로써 조연우는 즉각 탈락자가 됐다.
이를 지켜본 곽준빈은 “내가 저러라고 알려준 게 아닌데”라며 배신감을 호소했고, 조연우와 힘을 합쳐 게임을 했던 이서원은 하석진에게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 모든 것이 감옥에 이서원과 함께 가기 위한 하석진의 큰 그림이었다는 게 알려졌을 때 다른 출연진은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감옥에서 하석진은 이서원과 함께 트릭을 풀어냈고, 피스 10여개냐 목숨이냐를 놓고 벌이는 게임에 참가했다. 먼저 참여한 이서원이 탈락한 뒤엔 평소와 다르게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 순간에 대해 묻자 하석진은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함께 피스의 비밀을 풀고 감옥 트릭까지 풀어낸 사람이 인사도 못 한 채 탈락해 돌아간 상황. 홀로 남겨진 좁은 감옥에서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양치를 하면서도 우는 하석진을 본 제작진이 달려와 그를 위로하기도 했다고.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하석진은 이서원이 실패한 블라인드 오목을 성공해 피스 10개를 받아 화려하게 부활했고, ‘데블스 플랜’ 첫 번째 우승자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우승하겠다고 기대도 안 했기 때문에 상금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안 해봤어요. 이제부터 고민해 봐야죠. (웃음) 저는 그저 ‘데블스 플랜’의 출연자 한 명으로서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처음부터 우승에 욕심을 냈다면 밉상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