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0일 "김태형 감독을 제21대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의 조건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에 입단한 김태형 감독은 2001년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이후 지도자에 입문했고, 2015년 두산 사령탑에 부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김태형 감독은 재임 8년 동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롯데의 김태형 감독 선임 소문은 시즌 중에 이미 나돌았다. 그만큼 김태형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롯데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오랜 3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13년 1군 무대에 진입한 NC 다이노스, 막내 구단으로 2015년 합류한 KT 위즈도 한 차례씩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근에는 사직 홈에서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우승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우승뿐만 아니다. 포스트시즌(PS) 진출도 2017년이 마지막이다. 10개 구단 중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기간이 가장 길다.
롯데는 '봄데'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시범경기나 정규시즌 초반 '봄'에 반짝 잘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올 시즌에는 4월을 1위로 마감했다. 롯데가 시즌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선두에 오른 건 2012년 7월 7일 이후 3949일 만이었다. 5월까지는 승률 0.614로 1위 LG 트윈스에 불과 2경기 차 뒤진 선두 싸움을 벌였으나, 6월 이후 승률 0.410으로 고꾸라져 결국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가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는 동안, 김태형 감독은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로 이끌었다.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2015∼2021년)은 김태형 감독만이 달성한 KBO리그 최장 기록이다. 해태 김응용-삼성 선동열-삼성 류중일 감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부임 첫 시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썼고, 통산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시즌 통산 1149경기 승률 0.571(645승 485패 19무)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높고, 중요한 상황에서 과감한 뚝심과 승부사 기질을 자랑한다. 롯데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이다.
우승에 가장 목마른 롯데는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롯데는 장타력 가뭄과 함께 디테일이 부족하나, 최근 신예 선수의 성장 속에 차츰 전력을 가꿔나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과 FA 영입 보강이 이뤄지면 한층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은 우승을 원하지만, 그 전에 사직구장에서의 뜨거운 가을 야구를 염원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감독을 선택해 주신 롯데 팬분들과 신동빈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라고 다짐했다.
모든 사령탑의 목표와 마찬가지로,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 역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