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교포 이민지(27)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이민지는 22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민지는 재미 교포 선수인 앨리슨 리(미국)와 동률을 이뤄 연장을 치렀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에서 이민지가 버디를 잡으면서 파에 그친 앨리슨 리를 따돌렸다. 투어 통산 10승이며, 대회 우승 상금은 33만 달러(4억4000만원)다.
이민지의 우승으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재미있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초대 대회에서 장하나가 우승한 후 2021년 고진영(2020년 대회는 코로나로 취소), 2022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이어 올해 이민지까지 한국 선수 혹은 재외 교포 선수만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민지와 연장 승부를 벌인 앨리슨 리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생애 첫 승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이민지와 앨리슨 리의 우승 경쟁으로 이들이 11년 전 아마추어 시절에도 대형 이벤트 결승에서 만났던 인연이 재조명됐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댈리 시티에서 열린 US 걸스 주니어 결승에서도 이들이 결승에서 맞대결한 적이 있다. US 걸스 주니어는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으로 열리는 미국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를 뽑는 대회로,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시 이민지는 아리야 주타누깐(태국)을, 앨리슨 리는 리디아 고를 각각 4강에서 꺾고 결승에서 만났다. 현지 매체들이 ‘이씨(LEE)끼리 만난 결승전’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던 이 대결에서 이민지가 1홀 차로 승리했다.
데자뷰 같았던 이번 연장에서도 승자는 이민지였다.
이민지와 앨리슨 리는 4라운드 막판까지 15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이민지가 15번 홀(파5) 버디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이때 16번 홀(파3)에서 경기하던 앨리슨 리가 보기를 적어내며 격차는 2타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앨리슨 리가 17, 18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연장에서 이민지는 티샷부터 앨리슨 리에 앞서 우승을 예감했다. 더 좋은 자리에 공을 떨어뜨린 이민지는 세컨드 샷을 핀 쪽에 더 가깝게 붙였다. 결국 앨리슨 리의 버디 퍼트가 살짝 비껴간 반면 이민지는 1.8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준우승자 앨리슨 리는 2016년 역시 한국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연장에서 패해 준우승한 것이 자신의 역대 LPGA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에 준우승 기록을 한 차례 추가하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리디아 고가 14언더파 274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신지애와 이정은이 나란히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중학교 3학년생 아마추어 박서진이 10언더파 278타, 공동 13위로 선전했다.
박성현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6위에 올라 지난해 6월 숍라이트 클래식 공동 15위 이후 1년 4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 '톱 2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