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은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다. 이해할 여지가 없는 경악스러운 악행을 자행하는 빌런 한수강(이준영)이 등장하고, 자신의 무술 실력을 숨기고 있는 유단자 소시민(신혜선)이 나온다. 이 설정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이미 게임 셋이다. 관객들은 앞으로 ‘용감한 시민’이 어디를 향해 달려갈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용감한 시민’은 다음 장면, 전개를 기대하며 보는 맛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결말부터 보고 시작하는 ‘스포일러족’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악인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예상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니 어쩐지 통쾌함이 배가되는 것 같다.
악인의 악행을 묘사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러닝타임을 허비한 뒤 정작 그가 처단돼야 할 부분에선 흐지부지 무너지는 작품을 너무 많이 봐 왔던 터다. ‘용감한 시민’은 관객들이 원하는 바로 그 지점을 긁고, 바로 그 수준까지 철저히 한수강을 응징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말로도 액션으로도.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네이버웹툰 평점 9.8점을 받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오늘의 연애’, ‘내 사랑 내 곁에’, ‘그놈 목소리’ 등 로맨스부터 스릴러까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남다른 통찰력으로 표현해온 박진표 감독은 ‘용감한 시민’에선 폭주기관차 같은 악인과 그를 통해 폭발하는 소시민의 감정폭을 뚝심 있게 그려낸다. 악인에게 어떠한 온정과 서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품 전반에 보여 안심된다.
한편으로 소시민이 결국 폭발해 한수강과 대적하는 과정은 많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하게 그려졌다. 한수강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못 참겠다’, ‘폭발하겠다’ 싶은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하는 현실 속 평범한 이들을 대신해 마치소시민이 분노의 핵펀치를 날려주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배우들의 차진 연기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용감한 시민’의 서사를 깊이 있게 만든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맡았던 허명행 무술감독의 설계 아래 움직이는 신혜선, 이준영 두 배우의 액션 연기 또한 볼거리다. 허무함을 내재한 듯한 이준영의 서늘한 눈빛, 신혜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좋아한다면 더욱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