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양의지' 김형준(24·NC 다이노스)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김형준은 23일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이 끝난 뒤 "(항저우 AG을 다녀온 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국가대항전을 하고 오니까 (가을야구의) 긴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떨림은 없는 거 같다"며 웃었다. 김형준은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AG 야구대표팀의 주전 포수였다. 세대교체를 표방한 대표팀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켜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AG에서 미리 경험한 떨림은 포스트시즌(PS) 활약을 예고한 '예방 주사'였다.
김형준은 현재 NC의 가을 돌풍을 이끌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 치른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멀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맹타로 승리를 견인했다. SSG 랜더스와 만난 준PO 2차전에선 4-3으로 앞선 8회 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준PO 타율은 0.143(7타수 1안타)로 낮지만, 장타에 부담을 느낀 SSG 투수들이 그를 쉽게 상대하지 못하고 있다. PS 3경기 3홈런.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이 작지 않다.
팀 선배 박건우는 "대단하다. 어린 선수가 이렇게 큰 무대에서 즐기며 한다는 게 기특하다"며 "난 문승원 선수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쳤는데 라이트 플라이(우익수 뜬공)가 되더라. 형준이는 그걸(체인지업) 홈런으로 쳤다. '클래스가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준PO 2차전 4회 불펜 등판한 SSG 문승원은 7회까지 '4이닝 노히트'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고르게 섞어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문승원의 노히트를 깬 게 바로 김형준의 홈런이었다. 그의 활약은 공격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으로 리드한다. 포수 출신인 강인권 NC 감독은 "큰 경기를 통해 타자를 읽는 눈이 조금 높아진 거 같다"며 "경기 전체보다 타자 성향에 따라 공 배합하는 모습이 보인다. AG을 다녀오면서 그런 쪽에 눈이 떠진 거 같다"고 반겼다.
김형준은 지난해 8월 상무야구단에서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았다. 2020년 9월 전역 후 팀에 복귀했으나 한동안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5월 말에는 공을 잘못 밟아 오른 발목 인대까지 손상됐다. 크고 작은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가을야구에선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김형준은 '포스트 양의지’ 선두 주자다. 세광고 시절부터 대형 포수로 평가받은 김형준은 입단 첫 시즌인 2018년 1군에 데뷔, 양의지(현 두산)와 김태군(현 KIA 타이거즈)의 백업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지난겨울 양의지가 두산으로 이적, 올 시즌 1군 출전 기회가 늘었다. 박건우는 "양의지 선수가 '형준이 하는 거 봐라, 정말 형의 뒤를 이을 선수'라고 하더라.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다른 레벨의 선수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선남 NC 단장은 "AG에 다녀온 선수들(김형준·김주원·김영규)은 자신감이 더 붙은 거 같다"고 흡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