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우리 회사의 중요한 의제라는 걸 의식할 수 있도록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CDIO(다양성·포용성 최고책임자)와 원지영 한국GM 다양성위원회 공동의장, 전양숙 유한킴벌리 CIDO가 털어놓은 기업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노하우다.
이들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다양성: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를 주제로 열린 제12회 W페스타 '잘나가는 기업은 ○○○ 있다' 대담에 참석해 소위 잘나가는 기업의 다양성 제고 비결을 공개했다. 정현천 SK 마이써니(mySUNI) 전문교수가 좌장을 맡아 세션을 진행했다.
먼저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CDIO "문화콘텐츠부터 다양성을 다루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콘텐츠는 조직뿐 아니라 한 국가의 정서도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백 CDIO의 생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특히 다양성의 일환으로 장애인 접근성에 주목했다. 그는 "문화콘텐츠 기업인 스마일게이트는 장애인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난해 8월 선보인 시에라 스쿼드에서 보여준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게임 환경설정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게임의 캐릭터 기획 단계부터 관련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 접근방식도 바꿨다. 이전에 많은 기업들이 특정 업무에 필요한 장애인들을 채용했다면, 이제는 게임 개발 주요 업무에도 장애인 채용을 늘려갈 예정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을 채용해서 협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한편 출시를 앞둔 신작 게임의 장애인 접근성 테스터 직무도 맡긴다는 계획이다.
백 CDIO는 “그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전문성을 갖도록 하는 방식으로 채용을 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채용인원은 10명 정도일 것 같고 계속 늘려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 몇 되지 않는 기업의 다양성책임자로서 백 CDIO는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사람들과 사회에 좋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겐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목적으로 삼으면 오해가 생긴다”며 “예컨대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고 채용시 ‘5대5’ 같은 비율을 정해놓으면 업무 특성이나 사업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 ‘다름’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GM은 직장 내 다양성 및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호칭부터 바꿨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특정 엔지니어를 부를 때 ‘여성 엔지니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성별에 관계없이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야말로 오랫동안 남성들이 주류를 이뤘던 자동차 업계에서는 큰 변화다.
원지영 의장은 “언어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런 변화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GM 내 조직 문화의 변화는 직원 가족과 이들이 속한 커뮤니티 내에서 행동 양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CIDO는 기업 내 다양성 측면에서 무엇보다 육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원들이 조직에 포용 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009년 임산부 간담회를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이를 임산부 배우자와 남성 직원까지 포함하는 예비부모 간담회로 확장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 CDIO는 “임산부 간담회를 벌써 15년가량 이어온 것과 같이 작은 이벤트라도 꾸준히 지속하고 반복하면 구성원들이 이것이 우리 회사에서 중요한 아젠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의식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전 CDIO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을 보면,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지속하면서 그러한 활동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목소리를 함께 담으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포용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은 바뀌지 않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이런 가치가 조직의 경쟁력과 운영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션에 앞서 윤여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전 LG아트센터 대표)는 '다양성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그리고 사회'란 주제의 강연에서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참교육"이라며 여성들의 사회 생활 참여를 독려했다.
'대기업 최초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알렸던 윤 전 대표는 "과거와 달리 아들과 딸 모두 대학을 보내는 시대”라며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남성의 99%는 경제인구로 활동하지만, 여성은 어느 조직에 가도 25%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원인으로 육아 문제를 꼽으며 "저도 젊을 때 ‘아이에게 충분히 못하고 있는 걸까’ 죄책감이 있었지만, 뒤돌아보니 여성이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성들이여, 일하러 나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