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홍명보 감독이 우승을 차지한 뒤 “아주 기쁘다”라고 덤덤히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에서 2-0으로 이겼다.
울산은 전반전 대구의 수비를 뚫지 못해 득점 없이 마쳤으나, 후반전 교체 투입된 김민혁과 장시영이 골 맛을 보며 소중한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승리가 뜻깊었던 건 바로 홈 팬들 앞에서 우승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경기 전날, 2위 포항 스틸러스가 전북 현대와 비기며 최대 승점이 69로 낮아졌다. 경기 전까지 승점 67을 기록한 울산이 1승만 추가한다면 조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됐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명보 감독은 “평소대로 하겠다”라며 밝혔다. 홍 감독의 기대대로, 울산은 높은 점유율로 대구를 압박했다. 하지만 대구의 수비에 막혀 결정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실수를 범해 찬스를 내주는 등 어려운 45분을 보냈다.
승부의 균형이 무너진 건 후반전이었다. 그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다. 홍 감독은 후반 19분 김성준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효과는 4분 만에 나왔다. 김민혁은 왼쪽에서 올라온 아타루의 크로스를 머리로 연결해 대구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40분 투입된 장시영은 5분 만에 주민규의 패스를 받아 추가 골까지 넣었다. 홍 감독의 교체카드가 모두 적중한 순간이었다.
한편 경기 뒤 취재진과 마주한 홍명보 감독은 “우선 아주 기쁘다. 무엇보다 우승 확정을 팬들 앞에서 할 수 있어 더더욱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우승이 미뤄질 수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이번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얘기했고, 이번 한 주 동안 우리 실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울산 구단 최초의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통산 4개 우승 중 2번이 홍명보 감독 취임 이후 나온 셈이다. 취재진이 ‘지난 시즌 우승과 어떤 점이 다른지’라고 묻자, 홍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17년 만에 꼭 우승해야 한다라는 목표, 책임감이 있었다”라고 돌아본 뒤 “올해 같은 경우 처음 시작은 좋았으나, 막바지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팀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만약 위기에서 무너졌으면 예전 울산의 모습이 나왔을 텐데, 결과적으로 우리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면서 어느 해보다 빠르게 우승을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홍명보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은 경기장 안팎으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시즌 중 주장단이 인종차별 논란을 겪어 주장이 교체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슈 있었고, 인생에 있어 많은 걸 배운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올 시즌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는지’라고 묻자, 홍명보 감독은 “그런 생각은 없었지만, 파이널 A 일정이 나왔을 때 무조건 2게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꼽자면 지는 주중 조호르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정신적, 체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승리에 대해선 선수들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에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경기를 선수단이 충분히 보여줬다. 투입된 선수들이 득점을 한 건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답변을 남겼다.
이어 취재진이 ‘2년 연속 우승 소감’에 대해 묻자, 홍명보 감독은 “개인 지도자 커리어에서 그런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저와 함께하는 선수, 코치진이 얼마나 즐겁게 축구하면서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느냐가 주요 관심사”라고 말하며 “홈팬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팬들이 우리에게 쓴소리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성원을 보내주셨다. 항상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끝을 홍명보 감독은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우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결과적으로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다”라고 치켜세웠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