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초, KT 위즈에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선두타자 김주원의 타구가 마운드 쪽으로 강하게 날아가 선발 투수 웨스 벤자민의 왼쪽 둔부를 강타한 것.
중계 화면의 느린 화면 상으론 강타 직전 벤자민이 몸을 틀어 충격을 흡수하는 듯했지만, 타구가 워낙 빨라 고통은 상당해 보였다.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벤자민은 곧바로 떨어진 공을 주워 1루로 연결해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이후 벤자민은 잠시 절뚝이며 숨을 골랐고, 부상 우려에 달려나온 트레이너, 코치들 앞에서 연습 투구를 정상적으로 하면서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벤자민은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타구에 맞은 벤자민에게 사과하러 온 김주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그를 달랬다.
따뜻한 장면은 하나 더 있었다.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의 모자 한 쪽에 ‘ITAEWON’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던 것.
KT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이 핼러윈데이인데, 벤자민이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자에 해당 글자를 새겼다”라고 한다. 전날(30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벤자민이 모자 한 켠에 단어를 새긴 것이다.
평소 팀원들에게 “정말 착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성이 착한 것으로 유명한 벤자민은 이날 경기에서 훈훈한 장면을 여럿 연출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한편, 벤자민은 이날 5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1피홈런) 2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1회 홈런을 맞으며 선제실점한 벤자민은 3회 야수 실책으로 1점을 더 내주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