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 앞서 선수단 미팅을 가졌다. 자리를 주도한 건 주장 박경수가 아닌 황재균이었다. 홈에서 1·2차전을 모두 패한 KT는 벼랑 끝에 몰렸다.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박경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황)재균이가 먼저 하겠다고 했다"며 미팅 상황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KT는 미팅 이후 2경기에 모두 승리했다. 3차전을 3-0으로 승리한 뒤 4차전은 11-2 대승으로 장식했다. 첫 2경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수비와 타격이 모두 살아났다. 특히 황재균은 4차전 2번 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황재균은 미팅에 대해 "어차피 2패를 했으니까 편하게 마음먹고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얘기했다"며 "(3차전에 앞서) '오늘 만약 지더라도 올 시즌 꼴찌부터 2위까지 너무 잘했는데 이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저력이 있는 팀이고 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너무 쫓기지 말고 편하게 오늘 경기 즐기면서 하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지더라도 마음 쓰지 말자'는 그런 얘길 했는데 좋은 결과로 돌아온 거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황재균의 말은 '사실'이다. KT는 지난 6월 3일까지 리그 꼴찌였다. 승률 0.362(17승 2무 32패). 투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팀 성적이 거침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조금씩 성적을 반등,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6월 4일 이후 승률은 0.660(62승 1무 32패)으로 리그 1위다. 숱한 어려움과 반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PO 1,2차전 패배를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황재균은 "일단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계기가 있었지만, 진심도 조금 담겨 있었다"며 "저희가 PO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올해 잘해왔던 게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의기소침하지 말자. 그런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박경수는 "우리 팀은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더 잘 뭉친다. 그럴 때 꼭 치고 올라왔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