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성격차이’밖에 없더라고요.”
1990년대 말 방송인 A씨가 이혼 후 방송에 복귀를 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혼 사유’를 묻자 했던 대답이다. 정확한 멘트는 아니지만 ‘해선 안될 말, 하기 싫은 말들을 다 빼고 나니…’라는 단서가 붙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이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복귀’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연예인도 이혼 후 다시 방송을 하려면 한동안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최근 방송인 박지윤과 KBS 아나운서 최동석 부부가 결혼 14년 만에 파경을 맞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요즘 이혼이 드문 일이 아닌데도 지나칠 정도다. 박지윤이 소속사 JDB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달 31일 최동석 아나운서와 법원에 이혼조정을 접수했다고 밝힌 이후 이혼의 귀책사유를 소재로 한 영상이 떠돌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의 과거 발언을 토대로 SNS 게시물 등을 통해 무자비할 정도로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최동석 아나운서는 “마치 아내의 귀책인 것처럼 조작되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런 억측이 계속된다면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경고까지 했다.
이혼은 엄연히 개인사다. 누구도 그 속사정을 낱낱이 다 알기 어렵다. 이혼은 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일인 것처럼 이혼도 마찬가지다. 서로간 얽히고설킨 다양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고 그 만큼 상처가 클 수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그 상처가 평생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남을 수도 있을 터다.
법적으로 어느 한쪽의 귀책사유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면 진작 알려졌을 사안이다. 조정이 아닌 ‘소송’이었을 것이다. 당사자가 이혼조정을 접수했다고 공개한 것은 양측 모두 이혼에 동의를 했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심적 갈등을 겪었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일은 당사자인 부부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대강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더라도 그 내밀한 사정을 그려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과도한 추측일 뿐이다.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게다. 이를 굳이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미 서로간 입장정리가 끝난 일에 대해 굳이 다른 사람들이 귀책사유를 함부로 추측하고 입에 올리는 것은 사람, 사생활에 대한 존중에도 어긋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흥밋거리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자신이 유명인이 아니라고 해서 같은 상황에 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구나 방송인들은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아픔, 슬픔은 마음 한켠에 묻어두고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라도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