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이 열린 창원NC파크. 이날 KT 더그아웃에는 못 보던 카드가 여럿 붙어있었다. ‘승리부적, 마법의힘’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이 카드는 1·2차전에서 내리 패배한 KT의 반등을 위해 구단 직원이 붙여 놓은 부적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적은 정규시즌 도중 한 팬이 직접 제작한 카드로, 창원 원정 응원까지 온 팬이 제춘모 투수코치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승리를 기원하는 부적이라는 설명을 들은 제 코치는 해당 부적을 더그아웃에 붙였고, 당일 KT는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부적 효과’를 봤다.
공교롭게도 당시 KT는 3위 NC에 0.5경기 차 턱밑 추격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날(9월 13일) 창원 NC전 승리를 기점으로 격차를 벌리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한 달 반이 지난 11월, 벼랑 끝에 몰린 KT는 부적의 힘을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한 번이라도 지면 탈락이기에 모든 수를 다 동원해보기로 했고, KT는 제춘모 코치의 제안에 다시 더그아웃에 해당 부적을 부착했다. 부적의 양 옆엔 김주일 KT 응원단장이 자주 하던 말인 '안된다 하지말고 긍정적으로'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당시의 KT에 꼭 필요한 문구였다.
그렇게 KT는 ‘부적의 마법’을 다시 느꼈다. 3차전 승리로 숨을 고른 KT는 4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5차전 수원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당초 ‘창원 한정’으로만 생각했던 부적의 힘은 수원 홈에서도 발현됐고, 초반 실책 2개로 인한 열세도 잘 극복해내며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역대 PO에서 1·2차전을 내리 패한 팀이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7번 중 두 번(11.76%)밖에 없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와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열세를 딛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로부터 14년 뒤, KT가 역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선수들의 마법같은 페이스만큼 놀라웠던 부적의 힘이었다.
KT 관계자는 한국시리즈 더그아웃에도 해당 부적이 붙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고자 부적에 붙인 테이프도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총 5개의 부적은 ‘한 경기 당 5번’ 운이 발현되라고 붙여 놨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마법 같은 시즌과 가을야구를 보내고 있는 KT가 부적의 마법과 함께 한국시리즈에서도 날아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