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판루옌(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승은 드라마와도 같았다. 16·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공동선두에 오른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5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우승을 안긴 이글 퍼트 공엔 특별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판루옌은 6일(한국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엘카르도날(파72·7천45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총상금 82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판루옌은 맷 쿠처(미국)와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3위였던 판루옌은 이날 후반에만 8타를 줄이는 맹타로 역전승을 거뒀다.
18번 홀이 극적이었다. 정확한 샷으로 투온(샷 두 번만에 그린 위에 공을 올리는 일)에 성공한 그는 홀과 불과 5m 떨어진 곳에 공을 위치시키며 이글을 노렸다. 이후 침착하게 이글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손을 꽉 쥐며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판루옌은 2021년 8월 배러쿠다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에 투어 2승을 달성했다. 오랜만의 우승 때문이었을까.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는 눈물 맺힌 촉촉한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우승의 감격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인생에는 골프보다 더 큰 일들이 있다"라면서 "내 공에 'JT'라는 이니셜과 음표를 새겼는데, 내 친구 존 트라사마(JT)를 위해 새겼다"라고 말했다. PGA투어에 따르면, 판루옌의 미네소타대 친구 JT는 현재 피부암으로 투병 중이다.
판루옌은 "샷을 할 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사실 오늘 우승은 (친구의 아픔보다) 큰 의미는 없다"라며 울먹였다. 우승의 기쁨보다 친구의 아픔을 더 생각한 것. 판루옌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도 '나의 가장 좋은 친구 존을 위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3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쿠처와 비예가스가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고, 교포 선수 저스틴 서(미국)가 24언더파 264타로 단독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 이경훈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 공동 54위로 대회를 마쳤다.